허정무호, 2000년아시안컵복수혈전

입력 2008-11-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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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벌써 8년 전 일이지만, 귀국 후 이 패배 때문에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놔야 했기에 허정무 감독은 그 때의 아픔이 아직도 생생하다. 허 감독이 레바논 아시안컵 멤버였던 이운재(35·수원) 박지성(27·맨유) 이영표(31·도르트문트) 3인방을 모두 이끌고 사우디를 찾아 설욕을 노린다. 당시 사우디를 이끌었던 나세르 알 조하르와 다시 만난 것도 승부욕을 불태우는 요인이다. 다시 뭉친 운재-영표-지성 “과거는 없다, 무조건 이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가까운 세월. 그 사이 이들 3인방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당시 홍명보, 김태영, 유상철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했던 이운재는 이제 대표팀 최고참이 됐고, 막내였던 박지성은 당당히 주장 완장을 차고 대표팀을 이끄는 위치에 섰다. 이영표는 이 둘 사이에서 선·후배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허 감독이 사우디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던 것과 달리 이들은 이후 거스 히딩크 감독을 만나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꽃 피웠다. 이운재는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세계적인 수문장으로 거듭났고, 박지성과 이영표는 네덜란드-잉글랜드에 나란히 진출해 성공 가도를 달렸다. 박지성은 “그 때와 비교해보면 소속팀도 달라졌고 개인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우디가 강팀인 것은 맞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영표 역시 “19년 동안 승리가 없다는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승점을 따기 위해 이곳에 왔다. 한국은 제 실력만 충분히 발휘한다면 아시아권 어느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다시 만난 사우디 알 조하르…허정무 “그때 아픔 갚아주마” 허정무와 알 조하르가 돌고 돌아 2010남아공월드컵 본선 티켓을 놓고 다시 맞닥뜨렸다. 알 조하르는 부진한 외국인 감독이 경질될 때마다 대신 대표팀 지휘봉을 물려받아 왔다. 레바논 아시안컵 때는 체코 출신 밀란 마찰라가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1-4로 대패하면서 현지에서 경질되는 바람에 대신 감독으로 선임됐고, 2002한일월드컵을 앞두고는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슬로보단 산트리치 감독 대신 사령탑에 올랐다. 그리고 2010남아공월드컵 3차 예선에서 우즈베키스탄에 0-3으로 패한 브라질 출신 도스 앙구스 감독이 경질되면서 또 다시 감독으로 선임돼 현재 사우디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허 감독은 대표팀의 외국인 감독 시대를 열고 스스로 그 고리를 끊은 장본인이다. 허 감독이 2000년 사임한 후 한국은 거스 히딩크-쿠엘류-본프레레-아드보카트-베어벡 등 5명의 외국인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겨왔으나 지난해 말 8년 만에 다시 허 감독에게 남아공월드컵 진출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허 감독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정말 이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승부욕을 숨기지 않았다. 리야드|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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