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빈의언제나영화처럼]아내가결혼했다

입력 2008-1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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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훈은사랑나눈못난놈?뜨거운사랑가진행복한놈
어떤 연인도 서로 똑같은 농도로 사랑하긴 어렵다. 둘 중 한 사람은 더 사랑하고 집착하며 몰두한다. 사랑이란 권력의 저울은 완벽한 수평을 이룰 수 없다. 그래, 나도 그랬다. 내가 ‘더 사랑받는 사람’일 때는 상대방을 컨트롤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도, 나를 사랑하는 그는 기꺼이 헌신했다. 하지만 내가 ‘더 사랑하는 사람’일 때는 종종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곤 했다. 사랑이란 얼마나 신비한 것인가.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더 사랑받는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에게 천국을 선물하기도, 또 지옥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사진)’는 일처다부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인아(손예진)가 달도 별도 아닌 ‘남편 하나 더 갖고 싶다’는 엄청난 요구를 감히 입 밖에 낼 수 있었던 건(보통 여자라면 목숨을 위협받고 말!)그녀가 더 사랑받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덕훈(김주혁)이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도 그녀의 요구를 결국 들어줄 수 밖에 없었던 건 더 사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덕훈은 못난 남자일까? 구둣발로 아내의 살림집에 들어가 책장을 뒤집었다가도 소심하게 쏟아진 책들을 정리하는 남자. FC바르셀로나를 ‘바셀린’으로 아는 여자와 홧김에 맞바람을 피우면서도 인아를 놓지 못하는 남자, 내 자식인지도 모르는 아기의 똥기저귀도 치우는 남자. 내 주변 남자들은 하나같이 거품을 물며 ‘못난 놈∼’을 토해냈다. 하지만 덕훈은 못난 남자가 아니라 행복한 남자다. 인아가 인아의 방식으로 ‘남자들’을 사랑했듯, 덕훈 역시 자신의 방식으로 한 사람을 열렬하게 사랑한 것이다. 사랑을 하는 한, 누가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한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이다. 미친 듯이 사랑했던 순간도, 언젠가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다. 사랑도 늙고, 언젠가는 죽는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사랑을 두려워한다면? 사랑이라는 게임에서 지기 싫어서 늘 ‘덜 사랑하는 사람’이 되려 한다면? 아니, 난 조금 더 힘이 들더라도 덕훈처럼 늘 ‘더 사랑하는 사람’이고 싶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이 살아있을 때 많이 사랑한 사람, 더 많이 준 사람은 혹시 그 사랑이 끝난다 해도 후회가 없다. 어쨌든 난 결혼하면 한 남자만 사랑하도록 노력할 거다! 하긴, 손예진처럼 예쁜 아내와 살 수 있다면, 그런 사랑도 기꺼이 받아들일 남자들이 널려있을지 모르겠으나. 조수빈 꿈많은 KBS 아나운서. 현재 KBS ‘뉴스9’를 맡고 있다 영화 프로 진행 이후 영화를 보고 삶을 돌아보는 게 너무 좋아 끄적이기 시작함. 영화에 중독된 지금, 영화 음악 프로그램이나 영화 관련 일에 참여해보고 싶은 욕심쟁이, 우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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