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결혼했다’를보니…“신선한Girl”vs“열받는君”

입력 2008-11-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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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만에100만관객60∼70%가여성…女“참신한소재”男“말이됩니까?불쾌”
10월31일 낮 대기업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식당. 30, 40대 남성 직장인들이 식사를 하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최근 영화를 관람했다는 한 남성은 “그 영화, 참 희한한 얘기더만”이라고 말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이어갔다. 최근 모 포털사이트 영화 관련 코너 게시판의 ‘아내가 결혼했다’ 누리꾼 리뷰란에 이런 대화 내용도 실렸다. ‘여:재밌다. 완전 새로운데? 남:뭐가 재밌냐? 당최 이게 말이나 되냐? 쳇!’ 손예진, 김주혁 주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감독 정윤수)가 관객들 사이에 논란을 불러모으고 있다. 특히 논란은, 사랑하는 남자(김주혁)와 결혼한 여주인공(손예진)이 다른 남자를 만나 또 한 번 결혼하겠다고 나서면서 벌어지는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극중 이야기와 관련해 남성 관객과 여성 관객 사이에 불거지며 논쟁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남성 관객들은 대체로 “불쾌하다”는 반응을 드러내며 매우 낮은 평점을 주고 있지만 여성 관객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라면서 “신선하다”는 호감으로 뚜렷하게 대비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혼인 한 남성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불쾌했다”고 말했고 자신을 남성이라고 밝힌 또 다른 관객도 여주인공에 대해 “이기적이며 해서는 안될 행동이다. 세상이 어떤 세상이든 사랑에 대한 배신이다. 결혼이라는 하나의 약속에 대한 무책임이다”고 비난했다. 이에 반해 남자와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는 한 여성 관객은 마침내 두 남자와 결혼해 살아가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영화의 결론이 참 비현실적이지만 이상적이기도 하다. 서로 몇 번은 삐그덕대겠지만 일단은 공존할 수 있으니 말이다”며 공감의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여성 관객은 “영화를 통해 저런 삶도 볼 수 있어 좋았다”며 흥미로웠음을 드러냈고 한 관객은 “아직까지도 남자의 바람에는 관대하고, 여자의 바람은 지탄의 대상이 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 속에서 이 영화는 참으로 충격적이면서도 공감이 간다. 여주인공의 당당함이 조금 통쾌하기까지 하다”며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고 적었다. 이 같은 남녀 관객들의 엇갈린 반응을 드러내듯 영화의 주 관객은 20∼30대 여성이라고 제작사측은 밝히고 있다. 제작사 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는 “전체 관객의 60∼70%가 여성이다. 사랑과 결혼에 관한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시키고 대리만족을 얻게 해주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신의 사랑에 당당한 여주인공의 모습이 상당수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셈이다”고 덧붙였다. 여성 관객들의 이런 공감대와 함께 남성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영화에 대한 또 다른 관심도 읽힌다. “불쾌하다”는 반응을 내보인 남성 관객은 “여자들에게 권한다”면서 “남성 불륜의 영화가 넘쳐날 때 이런 영화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객 반응에 힘입어 ‘아내가 결혼했다’는 10월23일 개봉해 10일 만인 2일 전국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윤여수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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