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T챔피언십3R 1번홀의저주…우승바꾼‘도깨비라이’

입력 2008-1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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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가면 ‘도깨비도로’라는 길이 있다. 오르막처럼 보이는 길이지만 음료수 병을 도로 위에 올려놓으면 어찌된 영문인지 병이 오르막 쪽으로 굴러가는 도깨비장난 같은 일이 벌어진다. 착시현상 때문이다. 골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명 ‘한라산 라이’라고 불리는 제주 특유의 착시현상이 존재해 골퍼들을 골탕 먹인다. 22일 제주 서귀포 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최종전 ADT캡스챔피언십 마지막 3라운드에서도 도깨비장난 같은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1번홀 그린의 상황이 도깨비도로처럼 착시현상을 일으켜 허무 개그 한편을 보는 듯한 일이 벌어졌다. 핀이 위치한 지점을 육안으로 살피면 평면처럼 보인다. 하지만 핀이 위치한 지점은 내리막 경사가 시작되는 지형이어서 선수들이 볼을 세우기 힘든 곳에 위치했다. 그래서 몇 번씩 퍼팅해도 홀 근처에 볼을 멈출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심지어는 10cm 안쪽에 멈췄던 볼이 다시 경사를 타고 굴러가면서 그린 밖으로 나가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했다. 선두를 달리던 최혜용도 1번홀(파5)에서 도깨비장난에 휘말렸다.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려 무난히 파 세이브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더블보기로 홀 아웃했다. 10여m 거리에서 친 버디 퍼트는 홀 앞쪽에서 휘어지면서 내리막 경사를 타고 그린 밖으로 밀려났고, 두 번째 퍼팅은 핀 앞쪽까지 다다랐다가 다시 원위치로 내려가는 황당한 상황이 됐다. 세 번째 퍼팅으로 핀 뒤쪽 1m 지점에 겨우 세운 후 네 번째 퍼트로 홀 아웃에 성공해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4퍼트로 마무리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김보미 선수는 이 홀에서만 9차례 퍼팅을 시도한 끝에 겨우 홀 아웃에 성공해 무려 7오버파 12타를 쳤다. 9퍼트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보통 아마추어 골퍼들도 파 온에 성공하고 3퍼트나 4퍼트를 저질러 보기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면 실망한다. 하물며 프로는 어떨까. 3퍼트는 맥을 쭉 빠지게 하고 그 이상은 클럽을 내려놓고 싶은 심정을 들게 한다. 9퍼트는 말할 것도 없다. 1번홀의 평균 타수는 6.90타로 더블보기가 평균 스코어다. 1라운드(5.61), 2라운드(5.82타)의 평균 스코어와 비교하면 1타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63명의 선수 중 보기 이하의 성적을 기록한 선수는 31명, 보기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선수는 32명이다. 이 중 더블보기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선수만 21명이다. 이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선수는 편애리와 오채아 단 두명 뿐이다. 도깨비장난 같은 일에 우승컵의 주인공도 바뀌었다. 신인왕 후보 최혜용은 2라운드까지 1오버파 145타로 1타차 공동선두에 나서 생애 두 번째 우승을 노렸다. 그러나 3라운드 1번홀에서 도깨비장난에 조롱당하면서 더블보기를 범해 상승세가 꺾였다. 결국 8언더파를 몰아친 서희경(22·하이트)이 역전에 성공하면서 시즌 여섯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서희경은 1번홀을 파로 막은 것이 상승세의 발판이 됐다. 서귀포|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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