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유재학감독,‘자율’의리더십

입력 2008-11-26 0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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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둔다." 울산 모비스는 지난 25일 홈경기에서 원주 동부를 제압하며 7승4패(0.636)를 기록, 단독 선두 안양 KT&G(7승3패, 승률 0.700)에 이어 동부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라섰다. 모비스의 최근 5경기 성적은 4승1패로 시즌 전, 약체로 평가받던 때를 생각하면 현재 모습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샐러리캡(18억원) 소진 하한선 70%(12억6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66.61%(11억9900만원)의 연봉 총액이 말해 주듯 모비스에는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이날 현재 우승후보 전주 KCC를 따돌린 지 오래이고 공동 2위에 랭크돼 있다. 무엇이 모비스를 이토록 강하게 만들었을까? 모비스의 트레이트 마크인 조직력, 다양한 패턴, 성실함과 희생을 중시하는 팀 분위기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요인들이 있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유재학 감독(45)이 선보이고 있는 자율의 리더십이다. 현재까지 모비스가 선보인 이번 시즌 최고 히트상품이라고 하면 단연 김현중(27), 우승연(24), 천대현(24)이다. 양동근(27)이 군입대한 이후 모비스의 가장 큰 고민은 앞선(가드진)에 있었다. 하지만 김현중이 양동근과는 다른 자신만의 색깔로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승연과 천대현은 자신들의 ´이름값´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기량으로 모비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을 만든 것은 유재학 감독의 자율을 앞세운 지도 스타일이다. 유재학 감독은 "(우)승연이나 (천)대현이는 많이 혼나지 않았다. (김)효범이가 3년 동안 혼난 것에 비하면 그냥 내버려 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무에서 복무 중인 KBL 최고 포인트가드 양동근, 4번째 시즌 만에 드래프트 2순위다운 위력을 자랑하고 있는 김효범(25). 이들의 공통점은 유재학 감독에게 지독하게 많이 혼이 났다는데 있다. 화려하고 뛰어난 기량과 영향력을 가진 그들이었지만 유재학 감독의 눈에는 한없이 부족한 애송이들이었다. 그렇다면 집요하게 단점을 잡아내 냉정하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유재학 감독이 혼을 내지 않고 내버려두는 선수들은 과연 어떤 선수들일까? 우승연은 지난 시즌 서울 삼성에서 신인 시절을 보내고 올해 6월 모비스로 새롭게 둥지를 옮겼다. 천대현은 2008년 KBL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0순위로 모비스에 입단했다. 두 선수 모두 대학시절부터 잠재력은 가지고 있었지만 프로에서의 성공을 장담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유재학 감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모비스의 ´소금´으로 만들었다. 유재학 감독의 답변은 간단했다. "가만히 둬도 열심히 하는 애들이어서 뭐라고 야단칠 이유가 없다"는 것. 우승연과 천대현은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공격과 화려함을 추구하는 농구보다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는, 유재학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선수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다루는 방책으로 유재학 감독이 선택한 것은 자율이었다. 선수들이 하는 만큼, 감독 역시 보답 아닌 보답을 하는 셈이다. 현재까지 결과는 대성공이다. 두 선수는 많은 출전시간을 보장받은 것도, 플레이가 단연 돋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모비스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들이 됐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는 기본이고 근성 넘치는 수비와 승부에 대한 의지는 최우수선수(MVP) 수준이다. 전창진 감독(45, 원주 동부)은 동부가 1라운드에서 한참 잘 나가던 때에 유독 모비스에 대한 칭찬을 입에서 떼지 않았다. 모비스 선수들이 ´진짜 농구는 저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해답을 제시했다는 것이 전 감독의 설명이었다. 모비스는 더 이상 약체가 아니다. 강팀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유재학 감독의 철저한 관리와 선수들 스스로에게서 나온 것이다. 유재학 감독이 선택한 ´내버려둠´은 해당선수들에게 딱 들어맞는 정확한 ´매뉴얼´에 따른 것으로 여러 가지 중 하나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유재학 감독은 여우다. 【울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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