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직격인터뷰(1)]“흉가녹음은로커의치기였다”

입력 2008-11-30 02: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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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논현동의 한 건물 지하. 서태지는 언론에 최초로 자신의 연습실을 공개했다. 30평 남짓한 크기의 연습실에는 기타 십여 대와 드럼, 건반 등의 악기가 있었고, 곳곳에 간이침대도 놓여 있었다. 서태지는 이 곳에서 약 1년 반째 생활을 해왔으며, ‘먹고 자고’ 했다고 했다. 이번 8집의 거의 대부분도 여기서 녹음했다고 했다. 인터뷰는 약 두 시간 가량 진행됐다. 회색 카디건 속에 하얀색 셔츠를 입은 서태지는 이따금씩 가느다란 손으로 블랙커피가 든 머그잔을 움켜쥐었다. -이 곳에서 어떻게 사는지 일과를 알려 달라. “쉬는 날 없이 거의 매일 연습했다. 공연이 정해져 있지 않아도 30~40곡씩 늘 연습한다. 하루에 대략 12시간 가량 연습하는데, 한 번에 1시간 30분에서 2시간씩 하루 세 번 연습한다. 스케줄 없어도 늘 연습한다. -이 곳은 연습만 하는 곳인가. “(8집)녹음도 여기서 다했다. 스튜디오에서 하는 것도 좋지만, 오랫동안 작업하고 연습한 곳에서 녹음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긴 큰 스튜디오보다 음질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각종 설비를 잘 갖춰서, 원하는 소리를 잘 뽑아낼 수 있었다. 드럼은 100% 여기서 녹음했고, 흉가에서는 기타와 베이스 녹음을 일부 했다. 이번 음반은 100% 한국에서 녹음했다.” ● “흉가는 로커의 치기…‘낚시질’에 팬들도 함께 즐겨” -흉가를 찾아간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 밴드들이 그렇게 많이 한다. 연주할 때 주위 환경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외국에선 바다를 보면 한다든지, 산에서 연주하기도 한다. 흉가는 로커들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생각하면 된다. 무섭고 섬뜩한 기운, 그런 기분에서 연주하면 어떨까 생각해 흉가로 갔다. 또한 프로모션 차원에서도 ‘서태지가 흉가에 갔다’고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흉가는 직접 골랐나. “예전부터 강원도에 많이 갔다. 흉가는 1년 전부터 찾기 시작했다. 밴드 멤버인 (윤)석중과 전라도 쪽도 찾아보고, 몇 군데 찾아보다 결국 강원도의 흉가로 낙점했다. 녹음 마지막 단계여서 놀러간다는 느낌도 있었다. 거기서 실제로 놀기도 좀 놀았다.” -앨범 발표 전 미스터리 서클, UFO 등 티저 마케팅은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인가. “약간은 즉흥적인 것이 많았다. 이번 ‘쫄핑크 댄스’ UCC도 뮤직비디오 찍으면서 생각이 났다. 이번 의상이 성별이나 국적 등을 전혀 구분할 수 없는 것이어서 시도해봤다. 일단 원안대로 뮤직비디오를 찍어놓고, 내가 등장하는 것으로 다시 또 찍었다. 그렇게 해서 UCC로도 내보내고. 처음부터 치밀하게 세운 계획은 아니었다.” -그런 아이디어는 주로 누가 내나. “석중이 참 아이디어가 많다. 나나 석중 등 몇 명이 아이디어를 내면 직원들이 거기에 추가를 한다. 그러면서 아이디어가 하나가 된다. 그래서 회의를 많이 한다. 아이디어는 즉흥적인 게 많다.” -서태지 컴백은 늘 공항에서부터 시작인데, 이번엔 아니었다. “두 번 공항을 통해 첫 모습을 보였는데, 그걸로 내 이미지를 규정해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공항 컴백은)좋은 효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홍보를 많이 해 비용이 많이 들었을 텐데, 수지가 맞나. “마이너스가 될 정도로는 하지 않는다. 음악에 더 많이 투자한다.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니까, 내가 번 돈, 모두 팬들한테 오는 것이니까 팬들한테 쓰는 것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도 있지만, 투자하는 걸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음반시장이 어려운데, 조언을 해준다면. “시스템적으로는 말하기가 너무 어렵고,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겠지만 믿고 있는 것은 좋은 음악이 있으면 음악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죽어도 음악은 살아남는다. 사람은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걸 생각하면 시스템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음악이 첫 번째가 돼야 한다. 그 다음엔 홍보나 이런 것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어려울 때 일수록 아이디어를 많이 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좋겠다.” 스포츠동아 김원겸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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