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도박’,프로란이름이부끄럽지않은가

입력 2008-12-05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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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 4일부터 프로야구 선수 10여 명이 억대의 인터넷 도박을 벌인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프로야구판이 요동치고 있다. 검찰은 S구단 등 2개 구단 소속 선수 12∼14명이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자 측에 총 1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송금하고 도박의 일종인 ´바카라´를 한 사실을 적발,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강병규도 이 바카라에 손에 댄 혐의로 현재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태가 주는 파장이 적지 않은 것은 액수도 액수거니와 문제의 선수들이 국민정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올해 13년만에 5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자리매김한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산업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코흘리개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팬들은 그라운드를 내달리는 선수들에게 자신들의 꿈을 투영시킨다. 홈런 한 방에 잠시나마 입시지옥을 잊는 청소년, 150km의 강속구에 상사의 꾸지람을 털어내는 직장인, 9회 말 대역전 승을 꿈꾸는 팬들은 모두 야구라는 드라마가 정직한 땀과 공정한 룰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 드라마를 쓰는 프로야구선수들의 몸가짐에는 언제나 공인과도 같은 도덕성이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프로야구 선수라면 관중들에게 최상의 노력과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줄 의무가 있다. 관중들은 이들의 최선을 즐기기 위해 시간을 쪼개 야구장을 찾는다. 팬들은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보고 싶어하지 억대의 도박판에서 다져진 타짜의 면모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야구 선수들은 장기레이스와 함께 시즌이 끝나자마자 마무리 훈련, 전지 훈련 등으로 1년 내내 자신의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기 일쑤다. 게다가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도 많다. 이렇다 할 여가 시간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장난 식으로 시작한 게임이 도박으로 변질될지 몰랐을 수도 있다.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종결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야구란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어느날 갑자기 타락천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이 불길한 예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부디 야구팬들의 마음이 상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고의 컨디션과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줘야 할 선수가 운동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했다면 프로라는 이름을 달기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이는 야구장을 찾고,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을 기만한 행동이고, 투구 하나, 타격 하나, 송구 하나, 실책 하나에 울고 웃는 팬들을 우롱한 처사다. 냉혹한 프로 세계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면 끝없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바 롯데 마린스의 니시오카 츠요시는 "야구는 경기장에서 땀을 흘리는 것이 아니다. 경기 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 많은 어려운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 땀을 흘리는 것이다. 야구는 눈에 보이지 않은 곳에서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종목의 운동이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기적을 일궈낸 선수들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올림픽의 기적과 맞물려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제2의 르네상스를 열었제쳤다. 하지만 올해 말 불거진 선수들의 ‘사인거래’ 의혹과 일부 선수들의 상습 도박 사건으로 인해 물을 흐렸고,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최고의 플레이가 없다면 팬은 열광하지 않는다. 팬이 없으면 야구도 없다. 관중들은 값진 금메달을 획득한 세계 최강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것이지, 상습 도박을 일삼으며 자신을 망쳐가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러 온 것이 아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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