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아!내자신감돌리도∼

입력 2008-12-3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3


저는 남들보다 적은 머리숱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탈모에 좋다는 검은콩도 많이 먹고, 머리빗으로 두피를 두드려주며 두피마사지도 했습니다. 제 소중한 머리카락을 보존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습니다. 하지만, 왜 일까요? 한번 비워진 자리는 쉽게 채워질 줄 모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넓어지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와 처지가 비슷했던 회사 동료가 가발을 쓰고 회사에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니 나이도 훨씬 어려 보이고, 가발 하나로 사람이 확 달라져 보였습니다. 전 집에 가자마자 아내한테 가발 하나 맞추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저의 고충을 잘 알고 있었던 아내는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습니다. 그 다음 날 퇴근길에 아내와 함께 가발을 맞추러 갔습니다. 일주일 뒤에 저는 바로 제 머리에 꼭 맞는 가발을 갖게 됐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분이 아주 좋았답니다. 얼마 후, 동창회 모임이 있는데 그 자리도 당당하게 나갔습니다. 사실 그 동안 머리 때문에 그런 모임 자리엔 절대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 때는 가발도 맞추고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그런지, 아니면 가발을 맞춰 기분이 좋아 그랬는지 3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를 저는 모두 다 참석을 했습니다. 그리고 잠깐 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일어나 보니 저희 집 안방 침대였습니다. 저는 일단 흘리고 온 물건은 없는지 호주머니를 뒤져봤습니다. 지갑과 휴대전화는 다행히 제 바지 주머니 속에 잘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 특별히 잃어버린 물건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다 씻고 출근하려고 가발을 찾는데, 이 가발이 도대체 어딜 갔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겁니다. 아내한테 물어보고, 집을 다 뒤져봤는데, 끝끝내 집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층까지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 보기도 하고, 술에 취하면 항상 들렀던 집 앞 편의점도 가보았습니다. 그렇게 어떻게든 찾으려고 애를 썼는데, 그 소중한 가발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게 어떤 가발인데… 어떻게 산 가발인데… 전 정말이지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까지 속상했던 이유는, 그 가발을 제 아내가 사줬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가 새벽에 우유배달하고 신문배달해서 모은 돈으로 사 준건데, 그걸 잃어버린 겁니다. 아내한테 미안해서 얼굴을 못 들었습니다. 아내는 괜찮다고 가발이야 다시 사면되지 않느냐고 했는데, 그래도 너무 미안하고 속상했습니다. 예전에 제가 술에 잔뜩 취해 집에 들어갔을 때, 아내가 그 놈의 술! 그만 좀 마시라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말 좀 진작 들을 걸 그랬습니다. 결국 가발은 다시 한번 아내의 도움을 받아 장만하게 됐습니다. 뒤늦게 생각났는데, 제가 가발을 택시에 놓고 내렸던 겁니다. 가발을 그만 모자로 착각하고 벗어두고 내렸습니다. 이후로 제가 많이 미안해하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마음 넓게 이해해주었습니다. 착한 제 아내∼ 그리고 여전히 철부지인 저, 앞으로 더 많이 제 아내를 아껴주고 사랑해주겠습니다. 충북 청주 | 김용배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