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구리韓中‘바투본좌’예감

입력 2009-01-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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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프로기사들이 바둑돌 아닌 마우스를 쥐어 화제가 되고 있는 바투인비테이셔널 A·B조 본선리그가 새해 벽두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렸다. 1일 경기의 빅카드는 역시 이창호 대 유창혁 전. 왕년에 ‘이유 있는 이유대결’로 지칭되며 바둑팬들을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밀어 넣었던 두 사람이 헤드폰을 쓰고 모니터 앞에 앉아 ‘프로게이머스러운’ 장면을 연출하자 경기장은 시작부터 출렁이기 시작했다. 과연 옛 라이벌답게 두 사람은 마지막 풀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바둑의 대가들이 바둑판 아닌 바투판 앞에 앉아 수읽기에 몰두하는 모습은 다소 낯설어 보였지만 이들이 보여준 이날 승부는 과연 왜 이들이 천하의 승부사로 불리는가를 깨닫게 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우승후보임을 자칭한 김형우를 리그 첫 경기에서 2-0으로 완파했던 이창호는 이날 유창혁을 상대로 김형우전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포인트관리’ 작전을 들고 나섰다. 그러나 유창혁은 이창호를 무색케 하는 한 수 위의 ‘왕소금 포인트작전’으로 맞불을 놓으며 2-1 승리를 낚았다. 이튿날 경기는 중국의 랭킹1위 구리의 독무대. 10명의 선수들 중 홍일점인 ‘여전사’ 박지은을 가볍게 2-0으로 제친 구리는 두 번째 상대 조훈현마저 2-1로 꺾으며 ‘바투본좌’ 등극을 예감하게 했다. 조훈현전에서 구리는 조훈현의 7시 방향 히든을 정확하게 꿰뚫어 중앙 대마를 강하게 압박했다. 대마 몰살을 직감한 조훈현은 입맛을 다시며 경기를 포기. 바투인비테니셔널은 매주 목·금요일 e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번 8·9일전 역시 조훈현과 유창혁이 출전한다. 과연 이들이 까마득한 후배 박지은과 김형우를 상대로 노익장을 과시할 수 있을지가 관람의 제1 포인트가 되겠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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