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프리토킹]카카“AC밀란잔류는신의뜻”

입력 2009-01-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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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고몸값거부…그에게무슨일이?
“나는 신의 뜻에 따라 AC밀란에 남기로 한 것이다.” 이적료 2160억 원, 주급 10억 원이라는 사상 최고가의 축구선수가 될 수도 있었던 카카(26)가 맨체스터 시티의 제안을 거절한 내면에는 그의 종교적 믿음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의 이적설은 지난 일주일간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최대이슈 중 하나였다. 그 이유는 첫째, 맨 시티가 쏟아 붓는 상상을 초월하는 물량공세 때문. 이적료 2160억 원은 지단의 역대 최고치를 가볍게 뛰어넘는 액수로, 맨 시티의 구단주인 아부다비 그룹이 맨 시티를 4000억 원에 사들인 점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파격적인 금액인가를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웬만한 축구클럽을 살 때 거론되는 정도의 돈이다. 또 하나는 이런 상상을 초월하는 이적료와 주급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이었다. 카카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주급 10억 원이라는 것은 축구인들도 인정하기 어려운 금액이며 이것이 가져올 부작용을 걱정하는 지적이 많았다. 공을 잘 찬 다는 이유만으로 일주일에 10억 원을 벌 수 있는 축구선수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참고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 행을 포기하고 지난해 말 요구한 주급이 3억 4000만 원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1968년 이후 리그 우승컵을 경험하지 못한 맨 시티에는 이런 비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지역더비 맨유의 전통과 명성을 빠른 시일 안에 따라잡기 위한 마크 휴즈의 무리수는 AC밀란의 구단주이자 이탈리아 수상이기도 한 베를루스코니가 TV에 나와 카카의 잔류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탈리아를 떠나지 말라는 신의 메시지? 그런데 카카가 잉글랜드 북서부 행을 단념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자신이 다니던 브라질 소재 교회의 최근 붕괴사고를 이탈리아에 남으라는 신의 계시로 받아 들였다는 것이다. 평소 신앙심이 깊어 언젠가 설교하기를 희망했던 바로 그 교회의 지붕이 붕괴되는 사고로 8명이 사망하고 96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카카는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비극적인 사고가 자신의 이적을 상의하기 위해 부친이자 에이전트인 보스코 레이테가 이탈리아로 날아 왔을 때 일어난 것을 불길한 징조로 받아 들였다고 한다. 카카와 가까운 친구들은 “카카는 이번 참사를 이탈리아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신의 메시지로 확신하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증언하고 있다. 한 친구는 “카카는 평소 자신의 재능은 신에게서 온 것이라고 믿어 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비극적 사고가 카카가 가야 할 길을 신이 제시한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만일 카카가 신의 이런 계시를 무시하고 맨 시티로 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기적이 될 거라고 맨 시티 이적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그러나 카카는 2005년 자신의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던 그 교회에 자신의 연 수입 10%을 기부하고 있을 정도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바로 이점 때문에 카카가 맨 시티로 갈 가능성이 100%로 배제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AC밀란의 관계자에게 흘러나오고도 있다. 즉 이번 사고로 많은 복구비용이 들 교회를 위해 카카가 맨 시티의 제안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할 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미 AC밀란과 맨 시티는 물론이고 카카 본인이 이적이 물 건너갔음을 공식 확인한 상황에서 맨 시티 유니폼을 입은 그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다수 관측통의 입장이다. ○비전없는 맨시티, 이적 실패의 원인? 한편 맨 시티의 이사회 의장 게리 쿡은 이적 협상 중 카카를 만나지도 못하게 하는 등 AC밀란이 카카 이적을 의도적으로 방해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는데, 이는 이미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브라질 스타플레이어에게 맨 시티에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데 실패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카카의 이적 실패로 가장 큰 좌절감을 맛 본 이는 맨유에 버금가는 명문클럽 육성이라는 사명을 부여 받은 매니저 마크 휴즈일 것이다. 그는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 훈련캠프에서 카카에게 직접 전화를 해 맨 시티 합류를 설득한 것 등 이번 이적에 심혈을 기울였다. 카카와의 전화통화에는 역시 브라질 출신인 호비뉴가 통역으로 나섰는데, 호비뉴는 부인하고 있으나 카카의 이적이 좌초된 직후 훈련 캠프장을 무단으로 이탈해 브라질로 가버린 그로 인해 마크 휴즈의 심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650억 원이라는 사상 최고의 영국 이적료 보유자인 전 레알 마드리드 출신 호비뉴는 자신의 행동은 카카 이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가족문제로 고국에 급히 왔으며 문제가 해결되는대로 맨 시티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게리 쿡은 이번 호비뉴의 훈련캠프 이탈은 클럽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여 징계가 뒤따를 수도 있음을 암시해 카카 이적은 또 다른 곳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고 보면 맨 시티로서는 설상가상인 상태이다. 호비뉴는 이미 시즌 12골을 기록할 정도로 맨 시티의 핵심 선수로 부상해 카카 이적이 좌절된 마당에 호비뉴마저 흔들린다면 280억 원에 웨스트 햄에서 웨일즈 출신 크레이그 벨라미를 데려온 마크 휴즈의 후반기 구상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강등권과 불과 승점 4점 차를 보이는 맨 시티를 이끌고 있는 마크 휴즈에게는 돈으로도 안 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여실히 느낀 추운 겨울이 되고 있다. 요크(영국) | 전홍석 통신원


동영상 제공: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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