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의반란…이맛이스포츠다

입력 2009-01-22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는 이변이 있어야 재미있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이야 이변이 속출하면 끌탕을 하겠지만 팬들은 그 맛을 기다린다. 많은 팬들은 뉴욕 양키스를 좋아하지만 또 다른 팬들은 돈도 없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승리를 원한다. 양키스를 누르고, 보스턴 레드삭스를 꺾고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챔피언에 오른 것에 더 큰 박수를 보냈다. 탬파베이는 지구 우승은 커녕 영원히 승률 5할도 만들 수 없는 팀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창단 이래 처음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변신했다. 이심전심이었을까. 탬파베이 조 매든 감독(55)은 올해 미국프로풋볼(NFL) 플레이오프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사상 처음으로 슈퍼볼에 진출한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켄 위젠헌트 감독(47)과 일면식도 없다. 그러나 매든 감독은 올해 카디널스가 플레이오프를 벌일 때마다 위젠헌트 감독에게 승리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매든 감독이 위젠헌트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이유는 만년 꼴찌팀을 맡았던 동병상련의 심정 때문이다. 탬파베이는 항상 꼴찌였고, 애리조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1998년 출범한 탬파베이는 지난해 창단 11년 만에 처음 지구우승과 함께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 시카고 화이트삭스, 챔피언 결정전 보스턴과의 시리즈는 모두 열세였다. 그러나 젊은 탬파베이는 화이트삭스와 보스턴을 누르고 대망의 월드시리즈에 나갔다. 비록 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1승4패로 패했지만 탬파베이는 승자로 박수를 받았다. 탬파베이가 메이저리그 꼴찌의 역사였다면 애리조나는 NFL의 희망 없는 구단이었다. 카디널스로 구단이 새롭게 출범한 게 1920년이다. 시카고 카디널스였다. 1960년 프랜차이즈를 세인트루이스로 옮겼고, 1988년에는 현재의 피닉스로 이동해 지금의 애리조나 카디널스로 변신했다. 1988년 애리조나로 옮긴 뒤 2007년까지 카디널스의 시즌 평균 승수는 5.7승이었다. NFL 정규시즌은 16경기다. 승률 5할 만들기조차 힘들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게 딱 7차례였다. 지난 애틀랜타 팰콘스와의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 승리는 1947년 시카고 카디널스 시절 이후 무려 61년 만의 쾌거였다. 팀의 유일한 챔피언십 우승이다. 애리조나는 19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32-25로 눌러 창단 이래 처음으로 슈퍼볼에 진출했다. 내셔널 콘퍼런스(NFC) 챔피언십에 오른 날 피닉스 대학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7만여명의 관중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We're the Champions’를 합창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애리조나는 더 이상 패자가 아니다. 슈퍼볼은 2월 2일 탬파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다. 조 매든 감독이 있는 트로피카나 필드와는 32km의 가까운 거리다. 인사를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메시지로 서로를 격려한 두 감독은 슈퍼볼이 벌어지기 전에 만날 것으로 보인다. LA|문상열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