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없는PGA…세계남자골프계무서운‘10대반란’

입력 2009-02-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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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등장한10대유망주트로이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세계 남자골프에 10대들의 돌풍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에미리트골프장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두바이데저트클래식에서 19살의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맥길로이의 등장은 1998년 스코틀랜드 뮤어필드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유럽아마추어챔피언십을 우승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혜성처럼 등장한 가르시아는 이듬해 마스터스에 출전해 38위에 오르며 프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같은 해 8월에는 미 PGA선수권에서 타이거 우즈와 신기에 가까운 샷을 주고받은 끝에 준우승을 차지해 ‘유럽의 신성’으로 불렸다. 맥길로이의 등장은 가르시아 이후 10년 만이다. 새로운 ‘유럽의 신성’으로 떠오르면서 향후 유러피언투어를 이끌어 나갈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맥길로이의 우승 직후 마크 오메라는 “19세 때의 타이거 우즈보다 낫다”며 극찬했다. 두바이에서 직접 경기를 지켜본 오메라는 “맥길로이가 19세 때의 우즈보다 볼을 더 잘 친다”며 감탄했다. 영국의 골프전문지 골프월드는 2월호에서 ‘유러피언투어를 짊어질 미래의 인물’로 맥길로이를 선정하고 그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맥길로이는 골프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팟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골프연습 하기를 좋아한다. 타이거 우즈를 존경하지만 가끔은 벤 호건 시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로 돌아가 내 실력이 어떤 수준인지 그때의 선수들과 겨뤄보고 싶다”고 10대다운 당돌함을 엿보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 1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PGA투어 소니오픈에서는 일본계 고교생 태드 후지카와(18)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같은 하와이 출신 천재골프소녀 미셸 위(20·나이키골프)의 돌풍이 식기도 전에 또 한명의 10대 골퍼가 탄생하면서 하와이를 들썩이게 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면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후지카와는 155cm의 단신이지만 28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버 샷과 쇼트게임이 뛰어나다. 이번 대회에서는 3라운드까지 공동 6위에 오르면서 인기를 독차지했다. 마지막 날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최종 순위 32위로 마감했지만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앞두고 골프팬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일본 열도에서도 10대 돌풍이 뜨겁다. 주인공은 17살의 이시카와 료. 2007년 15세의 나이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먼싱웨어컵에서 최연소 우승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시카와는 지난해 프로로 전향하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일찌감치 그의 스타성과 성공을 예견한 수많은 기업들은 그의 빈 모자와 가슴, 팔에 자사의 로고를 달기 위해 돈 가방을 싸들고 달려들었다. 이시카와는 프로 전향 후 메인 스폰서인 요넥스를 비롯해 도요타, 파나소닉, 코카콜라, ANA 등 일본과 세계적인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일본의 골프팬들이 이시카와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의 화려함 때문이다. 175cm의 다부진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폭발적인 드라이버 샷은 흡사 우즈를 보는 듯 하다. 다양하고 화려한 쇼맨십과 액션도 우즈에 버금간다. 여기에 준수한 외모까지 갖춰 골프팬은 물론 10대의 소녀들에게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타이거 우즈’로 불린다. 이시카와의 등장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골프계도 흥분하고 있다. 벌써부터 이시카와의 스타성을 확인한 미 PGA 투어는 그를 마스터스에 초청하면서 무대를 미국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 돈 많은 일본의 기업들을 미국으로 유도하려는 속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자. 1996년 8월 29일 목요일 오후 1시 36분(현지시간). 21살의 타이거 우즈는 밀워키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티샷을 날렸다. 그가 친 볼은 페어웨이를 뚫고 정확하게 336야드 날아갔다. 이후 우즈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로 변신했다. 프로 13년 동안 메이저 14승 포함 통산 65승을 따내며 ‘골프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한꺼번에 등장한 3명의 10대 유망주로 전 세계 골프계는 흥분에 빠졌다. 그들이 타이거 우즈의 전철을 밟으며 새 황제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주영로기자 na1872@donga.com


동영상 제공: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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