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원정경기,제2복병은호텔직원

입력 2009-0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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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원정길도 이제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다. 대표팀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 혈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숙소에서의 생활만큼은 평범하고 지루하다는 게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귀띔. 반복된 식사, 훈련, 휴식이 일상의 전부이다. 장정들이 우글거리는 선수단이지만 비교적 깔끔한 편이다. 남정네 특유의 쉰내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테헤란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에스테그랄 호텔(구 하얏트)에서 묵고 있는 선수들은 그저 ‘태평한(?)’ 호텔 직원들의 태도에 뿔이 잔뜩 났다. 훈련을 나가며 ‘Please, Make Up(청소해주세요)’이란 팻말을 문고리에 걸어놓아도 제때 청소를 하지 않아 일부 선수들은 직접 방을 청소한다. 자신이 쓰레기통을 비우는 것도 비일비재. 그나마 도난이 잦아 훈련 나갈 때 귀중품은 선수 개개인이 직접 챙긴다. 세탁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일 빨랫감이 쏟아지지만 방 청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최근엔 각각 방별로 세탁을 하는 대신, 한꺼번에 세탁해서 대표팀 장비 담당이 일일이 세탁물을 나눠주는 수고를 했다. 음식에도 민감하다. 식성은 비슷하지만 입맛은 까다롭다. 위생 문제가 있어 외식은 자제하고 있다. 원정이 길어질수록 낯선 현지 음식에 질리기 마련. 뷔페식을 먹는 아침 식사는 예외지만 점심과 저녁 식사는 대표팀 조리장이 매일 요리재료를 사온다. 생선류가 특히 인기가 많다. 말린 홍합과 북어를 직접 공수해온 대표팀은 시내 아시아 마켓에서 삼치와 갈치 등을 구해 먹는다. 간식거리는 주로 과일과 빵을 제공한다. 원정을 떠날 때 선수들이 팬들로부터 선물 받은 과자는 모조리 압수조치 됐다고. 그렇다면 숙소에서 훈련지로 이동할 때는 어떨까. 선수들의 지루한 일상에 가장 경쾌한 순간이기도 하다. 빠른 비트의 음악을 MP3에 담아 스피커로 크게 틀어놓는데, 선수들이 직접 선별한 소중한 곡들이 담겨 있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등 주로 여성그룹이 인기가 많다. 대표팀 관계자는 “늘 원정길은 이렇다. 딱히 할 게 없다. 훈련이 없는 날에도 외출보다는 조용히 수면을 취한다”며 웃었다. 테헤란(이란)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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