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여 만이었다. KEPCO45가 지긋지긋한 25연패 사슬을 끊고 올 시즌 V리그 남자부 첫 승을 거둔 21일. 수원실내체육관은 처음으로 축포가 터졌고, 꽃가루가 흩날렸다.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프로 전환 이후 처음 맛보는 기쁨에 코트 위 선수들의 눈가에는 작은 이슬이 맺혀있었다.
최선을 다해 끝까지 아름다운 승부를 펼치고도 결국 고배를 든 ‘패장’ 최삼환 신협상무 감독도 “KEPCO45에게 축하를 보낸다. 불굴의 투지에 군인들조차 이길 수 없었다”며 차승훈 KEPCO45 감독대행에게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특별한 일은 없었다. 흔하디흔한 조촐한 파티조차 없었다. 경기를 마친 KEPCO45 선수들은 숙소로 돌아와 조용히 휴식을 취하며 평상시처럼 보냈을 뿐이다. 아쉽게도 승리수당도 없었다. 작년 말 KEPCO45는 선수단 내칙 회의를 통해 아마추어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특별수당’ 제도를 만들었다. 1승을 올리면 선수단에 300만원이 주어지고, 2연승을 거두면 그 세배인 900만원을 지급한다는 게 주요 골자. 그러나 아마추어팀 상무는 예외였다. 오직 프로팀을 잡아야 열매를 따먹을 수 있다.
극심한 허리 통증에도 불구, 28득점 불꽃 투혼을 펼치며 팀의 첫 승을 이끈 양성만은 “아쉽지만 규정은 규정이다. 가족 및 친지, 팬들과 기쁨을 나눈 것으로도 만족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 팀이 한걸음 더 도약하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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