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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일본 야구의 ´심장´ 스즈키 이치로(36. 시애틀 매리너스)가 한국전에서 완벽하게 깨어났다. 이치로는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아시아예선) 승자전에서 일본의 톱타자로 선발출장해 5타수 3안타 3득점으로 완벽하게 끌어올린 타격감을 뽐내며 팀의 콜드게임 승을 이끌었다. 1라운드 개막전에 앞서 치른 6차례의 평가전에서 이치로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그가 6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은 0.130(23타수 3안타)에 불과했고, 일본은 불안에 휩쓸렸다. 일본은 이치로의 부활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중국전에서도 이치로의 방망이는 잠잠했다. 지난 5일 이치로는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중국을 상대로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계속되는 이치로의 부진에 일본은 좀처럼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 중국전 이후 ´숙적´ 한국을 만나야했기 때문에 불안감은 더했다. 이치로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6년 "향후 30년간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하겠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던 이치로의 거만함도 일순간에 사라졌다. 그는 6일 한국전에 대비해 1시간 동안 특별 타격훈련을 가졌고,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전 압승은 어렵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이치로의 모습에 한국이 방심했던 탓일까. 모든 것을 버리고 묵묵히 특타 훈련을 소화한 이치로의 노력 탓일까. 이치로가 한국전에서 보인 모습은 전혀 달랐다. 이치로는 1회초 첫 번째 타석에서 한국의 에이스 김광현(21. SK 와이번스)의 2구째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후 나카지마 히로유키의 중전 안타 때 2루로 진루한 이치로는 아오키 노리치카의 중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득점을 올렸다. 2회 무사 1,2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치로는 기습번트와 빠른 발로 재치있는 번트 안타를 만들어냈고, 나카지마의 볼넷과 아오키의 땅볼로 3루를 밟은 뒤 무라타 슈이치의 홈런때 홈으로 들어와 득점을 추가했다. 4회에도 이치로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아갔다. 선두타자로 나선 이치로는 볼카운트가 2-0으로 수세에 몰렸음에도 장원삼을 상대로 깨끗한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나카지마의 타석때 2루를 훔친 이치로는 나카지마의 3루수 앞 땅볼때 나온 이대호의 실책으로 일본에 1점을 더 선사했다. 이치로는 5회 세번째 타석에서 장원삼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6회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부활´을 알리기에는 충분한 활약이었다. 한국전을 통해 완벽히 살아난 이치로 덕에 일본은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8일 중국을 이기면 또 다시 일본과 맞붙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살아난 이치로가 과제로 남게 됐다. 【도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