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에 남는 팬이 있겠지요?
“팬이라 … 변하지 않는 팬들. 제가 처음 일본에 갔을 때 20명 남짓 들어가는 클럽에서 노래할 때부터 지금껏 보고 들어주시는 분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계세요. 이 분들은 한국 공연에도 오시죠. 사인회를 할 때도 뒤편에서 지켜보시기만 해요. 십 수 년 동안 그 자리에 그렇게 서 계시는 분들이세요.”
- 일본팬들이 한국공연에도 오신단 말씀이신가요?
“다른 색깔을 보고 싶어 하시는 거죠. 일본에 가면 일본 밴드, 한국에서는 한국밴드와 공연을 하니까. 공연도 좀 달라요. 일본에서는 약간 쿨하고 섬세한 쪽. 한국은 다이내믹하고 깊게 가죠. 일본이나 한국이나 저와 거의 10년씩들 된 친구들이에요. 가족같은 밴드죠.”
- 한일 멤버들 간 경쟁의식도 있겠는데요?
“있지 않을까요? 4집 때는 한국밴드와 일본밴드가 각각 절반씩 연주했어요. 서로 긴장들 했겠죠. 뮤지션들한테는 늘 끊임없는 긴장이 필요한 것 같아요.”
- 20년 뒤에도 웅산은 재즈를 노래하고 있을까요?
“왜요? 아닐 것 같으세요? 사실 제가 절에 찾아갔을 때도 무슨 계획같은 것을 짜서 간 건 아니었어요. ‘가서 스님이 되고 싶다’해서 갔고, ‘음악을 해야겠다’해서 나왔죠. 나와서는 록을 몇 년이고 주야장창 불렀고, 그러다가 빌리 할리데이의 노래를 듣고는 그야말로 뒤도 안 돌아보고 재즈로 왔어요. 올해가 13년째인데, 아직도 제게는 이 음악(재즈)이 충분히 좋고 매력적이거든요. 앞으로는? 모르죠 뭐. 한 세상 안 태어난 셈치고 다시 산사로 들어갈지도.”
- 처음에 재즈를 한다고 하니 동료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싫어했죠. 처음에 신관웅 선생님과 홍대 클럽에서 재즈 공연을 시작했거든요. 동료들이 와서 보고는 너무 실망을 한 거에요. 지금까지 우리들은 기타 줄을 길게 늘어뜨리고 폼나게 했는데, 어쿠스틱 피아노 한 대 놓고 노래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너무 안 멋있다고 생각한 거죠. 처음에는 저도 재즈 무대에 서는 게 얼마나 부끄러웠는데요. 사운드가 텅 비어있으니까. 그 큰 빈 공간을 혼자 채워야 하니까. 얼굴에 경련이 날 것 같았죠. 지금은요? 동료들이 너무 좋아하죠. 너무 근사하다고 해요.”
- 이번에 공연이 있죠? ‘윈디 스프링’. 타이틀을 봐서는 뭔가 산뜻하고 발랄한 공연이 될 것 같은데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시리즈죠. 매년 하고 싶어요. 이번엔 콘셉트가 ‘올드 앤 뉴’에요. 옛날 빅밴드스타일, 딕시랜드 느낌부터 스윙, 펑키, 최근의 재즈까지. 이날 공연 꼭 오세요. 재즈 히스토리를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실 거예요.”
- 일종의 ‘모듬’이로군요?
“모듬이요? 하하하하!”
- 언젠가 꼭 같이 음악을 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나요?
“굳이 재즈에 국한하지 않는다면, 스팅이요. 너무 멋있지 않나요? 옛날부터 스팅만 보면 ‘어쩜 저렇게 멋있을까’했죠. 아무 것도 안 꾸미고 노래하는데 정말 멋있잖아요. 꿈은 크게 갖고 봐야죠. 그래야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지니까.”
1집 ‘러브레터’를 녹음할 때 이야기. 미국에서 녹음하기 전 제작자가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일본에서 현재 함께하고 있는 밴드와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아티스트들, 그리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들 중 어느 팀과 녹음을 하겠냐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하고 있던 밴드와 하면 편할 것이고, 일본에서 유명한 아티스트들이라면 일본시장에서 음반판매가 수월할 것이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하면 제 수준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란 얘기였죠.” 웅산의 선택은 세 번째였다. 이유는 ‘꿈은 크고 봐야 한다’였다.
긴 인터뷰를 마친 뒤 웅산은 “꼭 공연 보러 오세요”했다. 벌써 세 번째 초청이다. 첫 번째는 인사치례로, 두 번째는 습관적으로 들렸지만 세 번째는 진심으로 닿았다. 꼭 가서 제일 크게 박수를 치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나저나 의문이 들었다. 20년 전 비구니가 되어 산사에서 수행을 하던 웅산과 오늘날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웅산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결국 그녀에게 있어 재즈란 진리에 다다르기 위한 수행의 한 방편이 아니었던가. 우문이다. 마치 그녀에게 ‘웅산이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라 묻는 것과 같다.
웅산의 ‘윈디 스프링 공연’ 3월 24일(화) 8시|LG아트센터 문의 영앤잎섬 02-720-3933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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