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 새라, 이 쇼핑백이 다 뭐야? 아주 지름신이 제대로 납시었구먼.
오늘이 월급날인가?
새라 : 아, 몰라. 나도 모르겠어.
정말 뭘 이렇게 많이 샀지?
닉 : 어이구, 많이 산 것도 많이 산 거지만 비싼 것만 샀네.
언제부터 이렇게 명품족이 됐어?
반장 : 새라, 점심 약속 있다고 나가더니 지름신하고 약속이 있었나보군.
하긴 아깐 좀 끔찍하긴 했지.
닉 : 네? 끔찍하다니요?
아아…… 하긴 아까 아침에 본 살인사건 현장이 저 같은 베테랑한테도 좀 끔찍하긴 했죠. 그런데 그거하고 쇼핑하고 무슨 상관이 있죠?
반장 : 왜 상관이 없나?
우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서 쇼핑을 하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라고.
안 그런가, 새라?
새라 : 글쎄, 하긴 한참 사고 나니까 좀 기분이 풀리는 것 같긴 한데……
그런데 그게 근거가 있는 말인가요?
반장 : 그럼! 하버드 대학과 카네기멜론 대학이 공동 연구한 결과에서도 입증이 됐지.
실험 대상자들 가운데 한 그룹에게는 죽음에 관한 슬픈 비디오를 보여줬고, 또 한 그룹에게는 자연풍경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줬어.
그 결과 우울한 비디오를 본 쪽이 같은 물병이라도 네 배나 비싼 물건을 샀다는 거야.
닉: 음. 많이 사는 것도 있겠지만 비싼 걸 산다는 거군요.
그런데 왜 그럴까요?
반장 : 글쎄, 정신의학 쪽에서는 이렇게 해석하지.
기분이 우울하고 침체되면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비싼 물건으로 떨어진 가치를 올려놓으려는 보상 심리가 작용한다는 설명이야.
새라 : 그럴 리가요.
제가 우울하다고 해서 일부러 비싼 물건을 사지는 않는다고요.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반장 : 바로 그거야.
아까 말한 실험에서도 대상자들은 자기가 우울한 감정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는 거야.
그런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버릇 고치기도 힘들다는 거지.
새라 : 그렇군요. 큰일이네요.
매일 매일이 우울한 날들인데.
닉 : 왜? 늘 살인 사건 현장만 봐서 그러나?
새라 : 아니야, 닉, 네 얼굴만 보면 5초 안으로 우울해진단 말이야.
닉: 아니 뭐야?
이 잘 생긴 얼굴이 우울하다고?
새라 : 자, 여기 거울 한번 봐!
네 얼굴을 한번 보라고!
수사결과
끔찍한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한 새라가 우울한 감정 속에서 과다한 쇼핑을 한 것으로 결론을 냄. 새라에게 며칠 휴가를 주고 쉬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