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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누르고, ‘코’깨고, ‘베’도침몰시켰는데 5번맞붙은숙적日에패해…속상한세계2위
뚜껑을 열기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사령탑 선임부터 시작해 선수단 구성, 그리고 대회에 들어가서도 추신수 소속구단인 클리블랜드의 지나친 간섭이 계속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3년 전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을 이끌었던 해외파 박찬호(필라델피아), 이승엽(요미우리)은 물론이고 내야 수비의 핵인 삼성 박진만까지 최종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8강에만 진출해도 체면치레는 한 게 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까지 나왔던 게 사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를 씻고 대표팀은 결국 준우승을 차지, 1회 대회 성적을 넘어서는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야구팬들이 느끼는 심리적 허탈감은 적지 않다. 차라리 미국과 결승에서 만나 패했더라면 이렇게 아쉽게 느끼지 않을지도 모른다. ‘일본과 최대 5번 맞붙을 수 있다’는 희한한 대진 방식은 결국 현실이 됐고, 직전 4번의 맞대결에서 ‘이겨야 할’ 두 번 경기에서 당당히 승리하며 상대전적 2승2패를 거뒀던 한국은 결국 5번째 맞대결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3년 전, 6승 1패로 대회 참가국 중 최고 승률을 기록하고도 준결승에서 일본에 통한의 패배로 4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던 그 시나리오의 반복이나 다름없었다. A조 1위로 올라온 한국은 2라운드 첫 게임에서 멕시코를 이겼고, 준결승전에선 미국에 낙승을 거두고 올라온 2라운드 2조 1위 베네수엘라에 완승을 거뒀다. 선수들 대부분이 빅리거로 구성된 베네수엘라는 한국전 선발 투수로 나선 카를로스 실바 한명의 연봉이 우리 선수단 전체 몸값보다도 훨씬 비싼 팀이었지만 한국 기세 앞에 나가 떨어졌다. 이처럼 숨 가쁘게 결승까지 올라왔지만, 다시 만난 상대는 또 다시 일본이었고 한국은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패했다. 이번 대회 일본전 최종 상대전적은 2승3패. 아쉬운 순간이 유독 많았던 결승전은 상대가 상대인 만큼, 단순한 1패 이상의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세계 제패에 이은 WBC 준우승은 한국야구사에 길이 빛날 또 다른 이정표가 됐지만 심리적 허탈감이 적지 않은 건 그래서다.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