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건맨’조원희단독인터뷰“거친플레이로EPL휘젓겠다”

입력 2009-03-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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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위건경기보셨나요?축구가아니라완전전쟁이죠더터프한몸싸움위해몸불리기노력중이죠
카페 안으로 들어서는 조원희(26)의 모습이 낯설다. ‘작지만 탄탄한 체구로 야무지게 볼을 차던’ 그 조원희 맞아? “안녕하세요.” 깍듯하게 인사하는 것을 보니 그제야 조원희답다고 느껴진다. “제가 사복 입은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가요? 아니면 정말로 덩치가 좋아진 거예요?” “하하. 여기 와서 보니까 얘들(선수들) 장난 아니에요. 체격이 정말 우람해요. 저도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근육으로 한 3-4kg 불렸어요.” 스포츠동아가 창간 1주년을 맞이해 한국인 6호 프리미어리거 조원희를 19일 오후(한국시간) 위건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위건 정식 입단식을 마친 후 한국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이다. ○“이제는 기술축구” 터프한 몸싸움, 강한 근성과 투지를 앞세워 중원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조원희에게 스티브 브루스 위건 감독은 “정말 훌륭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도 “여기(위건)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적응을 덜 된 조원희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더 파워풀(powerful)한 것을 요구하던데요. 위건 경기 보셨죠? 이건 축구가 아니라 완전히 전쟁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브루스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중앙 수비수로 활약하던 시절, 거친 태클과 몸싸움으로 상대 공격수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주인공. 더구나 위건은 럭비 인기가 높은 도시답게 축구 역시 많이 뛰고 거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팀명이 위건 어슬레틱(athletic)이겠는가. 투지와 근성만 갖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조원희도 잘 알고 있다. “그 동안 투박하게 축구해온 게 사실이죠. 그게 팀에 도움이 되고 승리에 밑거름이 된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어요. 하지만 저도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꽤 볼 좀 찼거든요?(웃음) 가끔 후배나 동료들이 ‘원희(형) 학교 다닐 때는 참 축구 잘 했는데 요즘 왜 이렇게 투박해졌지?’라고 놀리기도 해요. 이제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어릴 적 축구하던 것도 많이 생각하고 연습도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축구 연구를 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다부진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센스있는 축구를 하고 싶어요. 기술적인 면에서 뒤지면 여기 선수들과 제대로 부딪혀가며 싸울 수 있겠어요?” ○철저한 자기관리, 꿈을 현실로 ‘오전 8시 기상. 아침식사 후 곧바로 위건 크리스토퍼 파크 훈련장으로 달려가 1시간 30분 동안 팀 훈련.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호텔로 돌아와 2시간가량 영어 과외.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수영으로 개인 훈련. 저녁식사 마치고 DVD 등을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 후 취침.’ 조원희의 하루 일과다.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운동과 영어공부’ 두 가지를 제외한 다른 것은 생각할 틈도 여유도 없다. “그래도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돼 마음이 오히려 편해요. 호텔 생활만 벌써 3개월째라 먹는데 조금 문제가 있지만 다른 건 다 괜찮습니다. 얼마 전에 리저브 경기를 해보니 오랜 만에 게임이라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서서히 몸이 올라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위건과 계약 직후 구단에서 영어과외 전문 강사를 초빙해 줬지만 조원희는 이미 한국에서부터 따로 영어 개인교습을 받아왔을 정도로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해외에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지는 2년쯤 된 것 같아요. 사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이런 꿈은 가지고 있잖아요. 어느 나라에 가든 영어는 필수적일 것 같아 나름 준비를 좀 했죠. 수원에서 합숙을 할 때도 영어과외 시간이 되면 집에 가서 공부하고 다시 들어오고 그랬으니까요.” ○스텝 바이 스텝 조원희가 AS모나코 입단을 위해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게 1월 7일. 지난 3개월 동안 프랑스에서 영국, 그리고 한국, 다시 영국을 오간 조원희의 마음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모나코행이 불발되면서 이전부터 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위건을 택했고, 브루스 감독은 대 만족을 표시하며 당장 계약을 원했다. 구단의 적극적인 협조로 취업허가서(워크퍼밋)도 큰 문제없이 발급받았다. 그리고 영국 비자를 받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조원희는 다시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위건과 합의하고 나서는 마음이 편했어요.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갑작스레 또 불안해지더라고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니까요.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을 생각하니 부담도 되고….” 서두에 밝혔듯 조원희는 그 간 꾸준한 운동을 통해 몰라볼 정도로 체격을 키웠다. 이곳에서는 특별히 취미를 가질 만한 것도 없어 주로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현재 73kg에서 앞으로 76kg까지 올릴 계획. 몸으로 그들과 부딪치고 나서 웨이트 트레이닝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들과 안 뛰어 보고 안 부딪쳐 보신 분들은 몰라요. TV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죠. 잔디도 한국과 달라 훨씬 더 강한 체력을 요구하고요.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적응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습니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하나씩 밟아 올라가야죠.” 위건(영국)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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