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빚은 제가 갚습니다." 원주 동부는 8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93-84로 승리,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동부의 2년차 가드 이광재(25)는 연장전에서 3점슛으로 포문을 여는 등 18분35초 동안 12득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활발한 움직임과 적극적인 수비, 과감한 돌파와 슛은 지난해 플레이오프보다 한 단계 더 노련해진 이광재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이광재는 팀의 챔프전 2연패 도전 외에도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하승진(24)과의 대결에서 꼭 승리를 거둬야 할 이유가 있다. 바로 동생의 빚을 갚는 것. 이광재의 동생은 여자프로농구(WKBL) 용인 삼성생명에서 활약 중인 이유진(19)으로 삼성생명은 지난달 열린 챔피언결정전에서 안산 신한은행에 3패로 힘없이 패했다. 공교롭게 신한은행에는 하승진의 누나인 하은주(25)가 속해 있다. 게다가 하은주는 우승의 주역이자 최우수선수상(MVP)도 차지했다. 이유진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이종애, 허윤정 등 선배들의 교체멤버로 출전했다. 하지만 출전 시간(1차전-8분15초, 2차전-5분15초, 3차전-5분33초)은 많지 않았다. 때문에 이광재는 동생의 빚을 갚기 위해 절치부심했고 하승진이 버티고 있는 KCC를 꼭 꺾겠다는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이광재는 "동생은 졌는데 나는 꼭 이기고 싶다"며 "동생의 빚을 갚고 싶다"고 말했다. 하승진은 1차전에서 12득점, 12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했지만 인천 전자랜드와 펼친 6강 플레이오프 같은 위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4쿼터 초반 덩크슛 연속 2개로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김주성의 수비에 애를 먹었다. 반면, 이광재는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연장전에서 3점슛 2개를 성공한 표명일만 아니었다면 1차전 수훈선수로 손색이 없었다. 동부의 전창진 감독 역시 "연장전에서 두 번째 공격패턴으로 선택한 이광재가 3점슛을 성공해줬다"며 수훈선수임을 강조했다. 이광재는 "(하)승진이와는 포지션도 다르고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워낙 친한 사이"라고 말했다. 이광재와 하승진은 연세대 1년 선후배 사이다. 이광재가 선배다.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다. 이날 경기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이광재와 하승진은 경기 전 몸을 푸는 동안에도 시종일관 서로 공을 집어던지고 때리는 등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하자 둘 모두 얼굴빛부터 달라졌다. 진지함이 흘렀다. 동생의 빚을 갚으려는 오빠와 누나의 영광을 이으려는 남동생의 대결이 흥미롭다. 【원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