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터졌다만루포…팀4연패끊어

입력 2009-04-22 00: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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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이범호. 스포츠동아 DB

“WBC가 자신감을 키웠다.” 한화 이범호(28)는 최근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말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기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민 3루수’로 발돋움한 이범호는 타석에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WBC에서 팀 동료 김태균과 함께 홈런 3방으로 공동 1위에 오른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올 시즌 초반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타율은 2할 7-8푼대를 오르내리지만 상대는 그가 타석에 등장하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꽃범호’가 때아닌 추위를 뚫고 만개했다. 이범호는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을 날리면서 팀을 4연패의 수렁에서 건져올렸다. 그것도 1회초 시작하자마자 전광석화처럼 그랜드슬램을 뽑아냈다. 무사만루 찬스에서 4번타자 김태균이 3루수 앞 강습 내야안타로 1-0으로 선취점을 뽑은 상황에서 계속된 무사만루. 히어로즈 선발투수 마일영의 바깥쪽 낮은 시속 131km의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이범호가 경기 후 “투심 패스트볼인 것 같았다”고 견해를 밝힌 공이었다. 아무튼 스코어는 단숨에 5-0으로 벌어졌고, 승부의 추는 사실상 이것으로 한화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날 4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시즌 4호 홈런이자 12타점째를 올렸다. 또한 올 시즌 4호이자 역대 492호 만루홈런. 2000년 데뷔한 그는 개인적으로 이날의 만루홈런이 6번째 그랜드슬램이다. 개인통산 139호 홈런. 개인통산 만루홈런 6개는 역대 공동 9위에 해당한다. 역대 최다 만루홈런은 은퇴한 심정수의 12개. 전신 빙그레 시절을 포함해 한화 선수로는 전설적인 홈런타자 장종훈과 제이 데이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팀 사상 공동 1위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범호는 경기 후 “WBC 이후 ‘내가 잘 할 수 있겠구나,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다. 좀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집중하려고 한다. 볼은 치지 않으려고 하고, 우중간으로 타구를 날리려고 캠프부터 많은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과거 주로 잡아당겨 홈런을 만들던 그가 이젠 밀어쳐서도 홈런을 날릴 수 있는 홈런타자로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그는 이날 홈런에 대해 “사실 타격하는 순간 희생플라이 정도가 될 줄 알았는데 바람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어 덕을 봤다”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그는 “팀의 4연패를 끊어서 기쁘다. 투수들이 조금만 힘을 내준다면 우리 타자들은 언제든지 칠 수 있다. 서로 조금씩 도와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며 팀 중심타자다운 희망과 바람을 나타냈다. 목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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