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그래서난, TV안봅니다”

입력 2009-04-22 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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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김시진. 스포츠동아 DB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21일 목동 한화전을 앞두고 “경기 중이나, 경기가 끝난 뒤에도 TV로 히어로즈 경기는 잘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밤에 시간이 날 때면 다른 팀 경기 녹화방송을 본다”고 밝혔다. 물론 최근 스포츠전문 채널들이 중계권료 협상 불발로 프로야구 중계를 중단하면서 경기 후 녹화중계조차 보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 이전에도 히어로즈 경기를 잘 보지 않았다고 하니 그의 지론은 독특한 측면이 있다. 그는 이에 대해 2가지 이유를 밝혔다. ○심판을 신뢰해야 야구가 산다 김 감독은 마음만 먹으면 히어로즈 경기 진행상황을 TV로 볼 수 있다. 목동구장 덕아웃 뒤편에 감독실이 마련돼 있는데 이곳에 TV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문만 열면 바로 TV 중계 리플레이 화면을 볼 수 있는 상황. 애매하거나 억울한 판정이 나오면 TV로 눈이 가는 게 인지상정. 그러나 김 감독은 “절대 TV를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8일 목동 롯데전에서 8회말 무사 1·3루서 브룸바의 타구를 롯데 우익수 가르시아가 슬라이딩 캐치해 ‘트리플 플레이’로 연결한 상황은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김 감독은 심판에게 한번 항의한 뒤 판정에 승복했다. 이때도 TV로 리플레이 화면을 보지 않았다는 김 감독이다. 그는 “심판의 오심으로 억울한 일도 당할 수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이익을 볼 수도 있다. 판정 하나하나에 너무 연연하다보면 서로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다. 특히 아웃과 세이프 판정,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 등 사소한 것까지 TV 슬로 화면으로 확인하면 야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오심이냐 아니냐를 논할 수 있지만, 사람 눈으로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TV 슬로 화면을 통해 본 뒤 “명백한 오심”이라고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1년간 KBO 경기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런 생각을 더욱 굳혔다고 덧붙였다. ○TV 중계에 집중할 경우 잃는 반대급부 김 감독은 “경기 중간중간 TV를 보기 위해 눈을 돌릴 경우 오히려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 전체의 흐름을 놓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경기 중 TV 화면을 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볼 판정이나 아웃과 세이프 판정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경기 후 새벽에 히어로즈 경기의 녹화중계도 보지 않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TV중계 화면을 보면 앞선 경기의 판정에 대한 아쉬움만 커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심판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프로야구 경기가 녹화중계되더라도 다른 팀 경기를 지켜본다는 것이다. 이때는 판정에 집중하기보다는 상대팀 선수들의 컨디션을 객관적으로 잘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스포츠를 보더라도 심판판정에 대한 불신이 큰 스포츠치고 발전하는 종목은 없다는 사실은 곰곰이 되새겨 봐야할 대목이다. 목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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