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길 부원장이 레드 와인을 만드는 다양한 포도 품종을 대형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가운데 스포츠동아 이길상기자(왼쪽)가 이날 설명 들은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김새길 부원장이 레드 와인을 만드는 다양한 포도 품종을 대형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가운데 스포츠동아 이길상기자(왼쪽)가 이날 설명 들은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직장인을위한와인&런치클래스’
직장인에게 점심이란 직장을 다니게 하는 하나의 재미이자, 잠시나마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의 시간이다. 그런데 늘 쫓기듯 점심을 먹고, 북적이는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 보면 시간이 왠지 아까울 때가 있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자기 계발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지만 실상 뭔가를 행동에 옮기는 일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점심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와인 클래스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와인유통기업 와인나라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직장인을 위한 와인&런치 클래스’가 그 것이다. 와인을 곁들인 점심을 하면서 와인 기초 공부를 1시간 내 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 매력적이다. 주 2회씩 한 달 간 총 8회 강좌에 6만4000원이고, 원하면 8000원만 내고 1회를 들을 수도 있다. 이 가격에 와인에 파스타와 샐러드, 커피까지 주고 와인을 가르쳐주기까지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궁금했다. 그래서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와인나라 아카데미를 직접 찾아갔다. 3회 차 강의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주제는 레드 와인의 포도 품종. 김새길 와인나라 아카데미 부원장은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 누아, 시라, 산지오베제 등 레드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의 사진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야 와인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알지만 이탈리아 포도 품종 산지오베제가 ‘제우스의 피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설명에 참석자들은 흥미롭다는 표정이다. 강의 시작 전에 빈 자리가 많이 눈에 띄었지만 강의가 진행되자 금세 자리가 찬다. 직장 상사의 눈치 때문에 살짝 늦었지만 와인을 빨리 배우고 싶다는 눈빛만은 강렬하다. 와인은 마시지 않고 결코 알 수 없는 법. 사람들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피노 누아의 맛이 다르다고 설명 들었지만 쉽게 분간할 수 있을지 의아한 표정이다. 하지만 앞에 놓인 테이스팅 글래스에 따라진 두 와인을 차례로 입 안에 흘려 넣으니 확실하게 다른 맛에 신기하다는 얼굴로 변한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강한데, 피노 누아는 부드럽네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35분의 강의와 테이스팅이 끝나면 남은 와인을 자유롭게 마시며 파스타를 즐길 수 있다. 자리에 함께 앉은 사람들과 와인의 맛을 얘기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이다. 주제가 와인으로 모아지니 커피 전문점에서의 수다와는 다른 느낌. 시계 바늘이 ‘1’에 가까워지면서 하나 둘 씩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내용을 물어보고, 맛을 음미하며 담소를 나눈다. 시간이 오후 1시 25분을 가리키자 비로소 모든 사람들이 자리를 뜬다.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데 좀 늦은 거 아니냐”는 기자의 염려스런 질문에 한 직장인은 “괜찮다”며 “점심 한 끼 값에 와인을 배우고 밥까지 먹을 수 있어 가격 대비 대만족이다”고 미소를 지었다. 논현역에서 택시 타고 왔다는 그의 미소는 점심시간 부지런하게 움직여 뭔가를 배우고 있다는 자신에 대한 만족까지 설명한다. 8000원이라는 가격, 와인에 갓 관심을 가진 직장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맛깔스런 강의 등 제반 조건을 고려할 때 이 점심 강좌는 상당히 훌륭하다. 아쉬운 게 있다면 시간상 강남역 근처 직장인만 접근 가능하다는 것뿐이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