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의춘하추동]노무현前대통령과의야구인연       

입력 2009-05-28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보냅니다.’

정치야 잘 모르지만 불가(佛家)에서 말하듯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3000번 이상 만났다고 한다. 그 분과 짧으나마 옷깃을 스치는 인연이 있었다. 10여년 전 필자가 팀을 떠나 야인으로 있을 때 당시 국회의원 신분으로 제주도에 오셔서 애월읍 해안도로를 지나는 길에 갑자기 집을 방문했다. 아마 수행하던 안내원들이 필자가 기거하고 있는 집이라고 얘기했던 모양이다.

고교야구의 명문 부산상고(현 개성고) 출신이라 평소 야구에 많은 관심을 가진 분이었던 것 같다. 나이가 두 살차(필자가 후배)여서인지 격의 없이 대해 주셨고 간소히 녹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야구얘기로 1시간 가까이 머물다 가신 추억이 있다.

당시 국회 문광위원회 소속이어서 야구계의 여러 숙제 중에 국내의 따뜻한 남쪽지역에 야구장 시설이 절대 부족해 초등학교 야구팀부터 성인 야구팀까지 모두 동계전지훈련을 해외로 나가 매년 외화낭비도 클 뿐만 아니라 학원스포츠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씀드렸다. 가만히 경청하시더니 손에 명함을 쥐어주며 자기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대통령이 돼 대전야구장에서 두 번째 만남이 있었다. 2003년 7월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시구하러 오셨고 그때 동군감독이었던 필자가 “각하 저를 기억하십니까” 하자 “암, 하고말고요”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최근 검찰 소환장면을 보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돌연 서거하셨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정신이 멍한 게 어찌 필자만이었으랴.

많은 고뇌와 절망 속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전직 대통령의 심정을 소시민이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겠는가만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야구로 스친 인연이기에 더욱 슬픔을 지울 수가 없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닌가”라고 남기신 유언은 삶을 지속하는 남은 이들에게 큰 교훈으로 길이 기억되길 기원하며 먼 길 가시는 고인을 위해 두 손 모아 고개 숙여 명복을 빈다.

야구인

프로야구의 기본철학은
마라톤과 같다. 하루에도 죽었다 살았다를
수없이 외치며 산넘고 물건너 구비구비 돌아가는
인생의 축소판에서 팬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