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던 여성 산악인 고미영(41·코오롱스포츠) 씨가 벼랑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생사 여부는 불투명하며 구조 작업은 13일 오전에 재개된다. 사진제공 | 코오롱스포츠

11일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던 여성 산악인 고미영(41·코오롱스포츠) 씨가 벼랑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생사 여부는 불투명하며 구조 작업은 13일 오전에 재개된다.
사진제공 | 코오롱스포츠

 


낭가파르밧정복후하산길실족추락…헬기수색“캠프2 근처에누워있어”
한국 철녀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비극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11일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던 여성 산악인 고미영(41·코오롱스포츠) 씨가 오후 10시30분(이하 한국시간)께 벼랑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고 씨는 지난 10일 오후 8시30분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해발 8126m의 낭가파르밧 정상 등반에 성공했다는 낭보를 전해왔다. 세계 여성 최초의 히말라야 14좌 완등 기록경쟁을 벌이고 있는 오은선(43·블랙야크) 씨가 앞서 정상에 오른 것이 같은 날 오후 1시50분경이니 한국 등반계는 이날 하루 동안 두 명의 한국 여성등반가가 나란히 ‘산의 왕’으로 불리는 낭가파르밧을 정복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실종된 고 씨는 11번째, 오은선은 한발 앞선 12번째 봉우리 등정에 성공했다. 두 사람은 12좌 등정에 성공한 오스트리아의 겔린데 칼텐부르너(39)와 함께 14좌 최초 등정기록을 향한 삼파전을 벌여왔다.

고 씨가 실종된 곳은 해발 6200미터 지점으로 캠프2를 100미터 앞둔 지점. 하산할 때는 대원들끼리 로프로 몸을 묶게 돼 있지만 이 지점은 평소 눈사태와 낙석이 많아 로프를 사용할 수 없는, 일명 ‘칼날능선’으로 불리는 곳이다. 낭가파르밧에 3차례 오른 산악인 엄홍길 씨는 “암벽구간으로 상당히 까다로운 곳이다. 경사가 급하고 지그재그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고 설명했다.

고미영 씨의 후원사인 코오롱스포츠는 “해발 6200미터 지점에서 고 씨가 벼랑 쪽으로 실족해 떨어진 것을 대원들이 목격했다”며 고 씨가 갑작스런 난기류를 만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구조대책본부는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파키스탄 스카루드에서 출발한 구조헬기 2대가 12일 오후 3시10분께 캠프2가 설치된 매스너 루트 100미터 위쪽에서 정상 쪽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고 씨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고 씨의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지에 눈보라가 몰아치고 날이 어두워져 구조작업은 13일 오전 10시에 재개된다. 고씨가 발견된 지점은 1500∼200미터 깊이의 협곡으로 구조대가 접근하기 어려워 헬기로만 구조가 가능한 상황이다. 실종된 고 씨는 1991년 코오롱 등산학교로 산악에 입문한 뒤 2005년 파키스탄 드리피카(6047미터) 등정을 계기로 본격적인 전문 산악인의 길로 들어섰다. 2006년 10월 히말라야 초오유(8020미터), 200 7년 5월 히말라야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미터) 정상에 올랐고, 올해 히말라야 마칼루(5월1일), 칸첸중가(5월18일), 다울라기리(6월8일)를 연달아 정복하며 여성 최초의 히말라야 14좌 등정 기록을 위해 박차를 가하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