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차리는사람들]‘선덕여왕’의상팀이혜란차장

입력 2009-07-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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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역사서적과 고분 벽화는 물론 토기에 새겨진 무늬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고증 과정을 거쳐 의상을 디자인했다는 이혜란 차장이 수작업으로 만든 금속 장식을 만져보고 있다. 고양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고증+상상력…‘패션왕국신라’깨우다…안방눈길붙잡은화려한의상들
“흙탕물에 젖은 갑옷 200벌을 하루 종일 손으로 빨아요.”

고현정, 이요원 주연의 MBC 드라마 ‘선덕여왕’은 긴장을 풀 수 없는 탄탄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개성 강한 연기 덕분에 현재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매회 등장하는 화려한 의상. 신라 시대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첫 번째 사극인 까닭에 그동안 다른 사극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의상들이 대거 등장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를 만들고 관리하는 드라마의 의상팀은 10kg에 육박하는 갑옷 손빨래를 마다하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방송 1년전 의상 제작 돌입, 4000여 벌 완성

‘선덕여왕’ 의상 제작을 총괄하는 주인공은 MBC미술센터 방송미술국 의상팀 이혜란(47) 차장. 드라마 방영은 5월부터 시작했지만 그녀는 이 보다 1년 앞선 2008년 6월, 자료조사를 시작해 9월부터 의상 제작에 돌입했다.

팀원 8명을 이끌며 제작한 의상만 4000여 벌. 현재도 드라마 후반 등장할 옷들을 부지런히 만들고 있다. 의상들은 각종 역사 서적과 고분의 벽화는 물론 토기에 새겨진 무늬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남다른 고증 과정을 거쳐 디자인했다. 여기에 수를 놓거나 금속 장식을 다는 일은 모두 수작업으로 완성했다.

“‘신돈’, ‘주몽’같은 고대 사극이 있었지만 신라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은 처음이에요. 사료가 충분하지 않은데다 고증을 거친다고 해도 극적인 허구가 가미된 드라마 분위기에 맞추는 일이 관건이었죠.”

16회까지 방송한 ‘선덕여왕’의 의상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특히 악녀 변신에 성공한 고현정의 의상이 단연 화제. 하지만 이혜란 차장은 “그래도 가끔 ‘역사책도 안 봤냐’는 등의 시청자 댓글을 읽으면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92년 ‘여명의 눈동자’ 의상을 담당하며 인정받기 시작한 그녀는 사극 ‘허준’, ‘신돈’, ‘주몽’, ‘이산’과 뮤지컬 ‘대장금’, 영화 ‘취화선’을 거친 20년 경력의 ‘사극의상 달인’. 그래도 여전히 고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을 접할 때마다 식은땀이 흐른다고 했다.

이혜란 차장은 “고화질TV가 보급되고 TV화면의 인터넷 캡처도 활발해 시청자 눈높이를 맞추려고 허덕일 정도”라며 “허구가 가미되는 사극의 특성상 장신구나 옷의 문양은 상상력을 가미해 발전시킬 수밖에 없다”며 이해를 당부했다.

○선덕여왕 대례복 제작비 1500만원

‘선덕여왕’은 세공기술이 발달돼 황금 장신구가 많이 사용됐던 신라의 복식을 재연해야 하는 탓에 의상 제작비는 기존 사극보다 2-3배가 더 들었다.

‘여주인공 빅3’인 고현정, 이요원, 박예진의 의상은 특히 도금된 장식을 달아야 했기 때문에 제작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이 중 가장 고가는 이요원이 드라마 포스터에서 입고 있는 대례복. 금장식 200여 개가 붙은 이 의상은 금관까지 포함해 1500만원에 달한다. 고현정 의상 중에는 900만원 짜리도 있다.

“초반 고현정의 의상이 기선을 제압했다면 중반에는 박예진의 화려한 빛깔의 의상에 주목해 달라”는 이혜란 차장은 “25회 이후 공주의 신분으로 올라선 이요원이 입을 의상은 후반부의 히든카드”라고 귀띔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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