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저널로그]국내1호프로코스튬플레이어체샤

입력 2009-07-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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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샤(본명 하신아)는 코스튬 플레이에 대한 일반의 선입견을 깨고 이를 새로운 예술창작 장르로 인정받게 하는 것이 목표다.사진제공|하신아

“‘일빠’라고요?문화창출자죠!”…온라인게임·만화캐릭터현실재창출마니아증가·게임산업성장과맞물려
국내 1호 프로 코스튬 플레이어로 불리는 체샤(본명 하신아·29)를 만난 곳은 대한민국 의류의 중심인 서울 동대문시장 인근의 사무실이었다.

그녀는 각종 옷 재료로 어지러운 사무실 한 쪽에서 새로운 사업 기획서를 작성하던 중에 기자를 맞았다.

10년 전 일본에서 수입된 코스튬 플레이(일본식 표현은 코스프레·コスプレ, 이하 코스) 1세대 격인 체샤는 현재 국내 최고의 코스 모델로 활동하는 대표 아이콘이다. 현재 모델이자 이벤트 기획자이자 예술창작집단의 리더 등 코스계 트렌드 세터로 자리잡고 있다.

“코스튬을 파티복으로 즐기는 유저까지 폭을 넓히면 30만 명으로 보기도 하지만 매달 작품을 만드는 전문 플레이어는 아직 2000∼3000명 정도에요.”

코스튬 플레이란 온라인게임 만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현실 세계에 재창출하며 ‘노는’ 일종의 하위문화. 마니아들이 증가하고 게임산업이 성장하면서 여러 산업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마니아적 성향의 10대 청소년의 전유물’로 오인되는 게 사실. 게다가 일본 하위문화에 열광하는 ‘일빠’라는 이미지까지 덧씌워졌다.

“어이없죠. 행사에 참석한 일본기자들도 ‘왜 일본문화 따라하냐?’고 질문해요. 엄밀하게 코스는 ‘스타워즈’나 ‘록키호러픽쳐쇼’ 같은 미국영화 마니아들이 창출한 장르거든요. 그런데 한국 게임 캐릭터를 갖고 한국 사람이 해도 일본문화 따라쟁이인가요?”

한편으로는 성인용 이미지로 악용되기도 하고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 우리가 생산하는 이미지들은 15금 수준에 불과해요. 문제는 섹시해 보이고 싶은 여성의 욕망을 막고자 하는, 겉으로만 근엄한 사회 아닌가요?”

코스튬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옷을 만드는 기술 끼 외모 등 여러 조건 가운데 그녀는 가장 먼저 용기를 꼽았다. 그녀 스스로도 놀이에 참가할 수준의 용기를 갖기까지 2년이 걸렸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보다 예뻐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누구라도 무대에 서면 더 나아지려고 하니까 예뻐지거나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음지에 있던 코스도 게임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폭넓게 이해되고 수용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새 게임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코스튬 플레이어들과 원작자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캐릭터를 논의할 정도가 됐다. 작품으로 평가받은 몇몇 대작 코스튬들은 제작비만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만화 사진 패션 온라인게임 등 거의 모든 문화장르가 총동원되거든요. 이걸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예술장르로 인정받는 게 목표에요. 따지고 보면 낸시랭도 코스의 일종이예요.”

그녀의 바람은 게임을 통해 한국에서만 가능한 ‘가장 한국적인’ 코스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코스가 비보이와 견줄 수 있는 한국 젊은이들의 대표 문화 컨텐츠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정호재 동아일보 기자 demi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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