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저널로그]독립영화감독노영석

입력 2009-04-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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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빌려만든데뷔작감독·편집·음악…‘1인6역’
독립영화계에 2009년은 아주 특별한 한 해로 기록될 듯 하다. 독립 영화 최초로 300만 관객에 근접한 ‘워낭소리’와 함께 독립 영화계 최대 수확으로 거론되는 영화는 ‘낮술’. 2008년 전주국제영화제 관객평론가상에 이어 2008년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뒤 올 해 2월에는 당당하게 개봉관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노영석 감독(33)은 감독, 편집, 음악, 촬영 등 1인 6역을 맡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가 냉면집을 운영하는 어머니에게서 단돈(?) 1000만원을 빌려 2시간짜리 장편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사실 엔딩 크레딧에 나온 거의 모든 분야에 제 이름을 넣을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제 이름만으로 화면을 채우기에는 부끄러워 6개로 줄였던 거죠. 너무 ‘없어’보이잖아요.” 그는 온갖 대중문화와 예술작품에 둘러싸여 성장기를 통과했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빠져 서울대 공예과에 입학했지만, 엉뚱하게 음악에 빠져들어 한 때 진지하게 뮤지션의 꿈을 꾸었다. 그러나 최종 종착지는 영화연출이 됐다. 물론 예술적 재능과 실력이 있다고 모두 영화감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또한 대학을 졸업하고 2년 이상 ‘반(半)백수’로 지내야 했다. 완성된 시나리오를 각종 공모전에 제출하면서 데뷔를 노렸지만 줄줄이 고배를 들었던것. 그래서 그는 오늘의 성공을 가능케 한 공을 전적으로 어머니에게 돌렸다 “음악한다고 1년, 시나리오 쓴다고 2년, 모두 3년 가까이를 백수로 지냈어요. 그 사이 어머니 냉면집에서 육수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20대가 그렇게 흘러가니 두려움에 빠져 우울증 증세까지 오더라고요. 그런데 ‘넌 언젠가는 잘 될 거니까 느긋하게 생각하라’고 주문한 게 바로 어머니시죠.” ‘낮술’의 엔딩 크레딧에 ‘투자 문혜숙’이라고 소개된 사람이 그의 어머니다. 그런데 과연 1000만원으로 상업용 장면영화 제작이 가능한 것일까? “바로 그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너는 영화판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질책했거든요. 그런데 한국 영화에 왜 그리 큰 돈이 들어가는 건지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카메라만 있다면 나머지는 거의 출연료 정도 아닌가요?”(웃음) 누군가의 그의 영화를 보며 ‘88만원 정서’ 혹은 ‘치열한 인디정신’을 얘기한다. 그러나 그에게 그런 수식어들은 지나친 확대 해석일 뿐이다. “독립정신이 있어 그랬다기보다 이런 방식으로 데뷔하고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 세대의 숙명이 아닌가 싶어요. 저 같은 성공사례가 동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인터뷰=신동아 구가인기자 정리= 정호재 동아일보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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