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기자스페인을가다]라리가의미래,‘레알’로통한다

입력 2009-07-2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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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유럽축구의 중심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FC, 리버풀과 아스널 등 소위 ‘빅(Big)4’를 중심으로 한 EPL은 2000년대 이후 세계 최고의 리그로 명성을 떨쳐왔다. 하지만 지난 시즌 ‘카탈루냐의 자존심’ FC 바르셀로나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챙기며 유럽축구의 패권이 프리메라리가로 넘어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유력 스포츠지 마르카는 바르셀로나의 유럽 평정기를 28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다루며 프리메라리가가 세계 최고 리그라고 평가했다.

○스페인 축구의 또 다른 이름, 레알 마드리드

스페인 말라가CF의 페르난도 산츠 구단주는 ‘피스컵 안달루시아 2009’ 대회 기간 중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우린 빅 클럽이 아닌 탓에 아시아 시장 공략은 아직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지칭한 ‘빅 클럽’은 바로 레알 마드리드이다. 실제로 그렇다. 유럽의 모든 길이 이탈리아 로마를 통하고 있듯, 스페인 축구는 오직 레알 마드리드로 통한다.

창단(1902년)한지 한 세기를 넘기고, 7년을 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레알은 찬란한 역사를 자랑한다. 라 리가(프리메라리가) 우승만 31회나 된다. 하지만 이는 단순 수치일 뿐, 리그 5연패와 3연패가 각각 2회에 달하고 2연패가 5회에 달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적다.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서도 17회나 우승했고, 그 중 4연패 한 차례를 포함해 2연패도 2회나 경험했다.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다.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4층에 마련된 ‘트로피 룸’에는 챔스리그 우승컵 9개와 지금은 유로파컵으로 명칭이 바뀐 UEFA컵 우승컵 2개, 슈퍼컵 1개, 인터콘티넨탈컵 3개를 전시하고 있다. 특히 챔스리그 9회 우승 경력은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렇듯 화려한 과거가 자존심만으로 이뤄질 리는 만무하다. ‘갈라티코(Galitico·은하계) 정책’이 중심에 있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의 프란츠 베켄바우어 회장은 “돈을 길거리에 뿌린 뒤 은행 대출을 받는다”고 비난을 퍼붓지만, ‘선수 쇼핑’은 분명 투자 가치가 있었다. 실제로 지단과 피구, 호나우두(브라질), 베컴 등 당대를 호령한 영웅들을 죄다 불러들여 최초의 ‘지구 방위대’를 설립해 아름다운 역사를 유지했다.

물론 부진도 있었다. 지나친 영입의 부작용으로 선수들 간 호흡 문제가 일어났고, 희망했던 모습이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자국에선 바르셀로나에, 외부에선 EPL 클럽에 이리저리 치이는 신세가 됐고, 이러한 여파로 벤치의 지휘자가 끊임없이 교체됐다.

이런 가운데 레알 마드리드가 선택한 해법은 간단했다. ‘갈라티코 2기’를 출범시킨 것이다. 최초 정책을 시행한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복귀하며 작금의 스타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부진의 중심에 선 반 니스텔루이-훈텔라르 등 네덜란드 멤버들이 뒤로 물러났고, ‘특급 윙어’ 호날두와 벤제마, 카카, 알비올 등 전 포지션에 걸쳐 전력 보강이 이뤄졌다.

피스컵 1차전 알 이티하드(사우디)전이 열린 27일(한국시간) 만난 마르카의 미구엘 세라노 기자는 “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고의 클럽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음에도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전국구 클럽으로 스페인 전역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고 주저없이 말했다.

○‘신흥 강호’도 스페인이 대세…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치명적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이뤘던(혹은 이루고 있는) ‘양강 구도’를 끊임없이 위협해온 ‘박쥐 군단’ 발렌시아CF와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는 쇠퇴기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는 해’가 있으면 ‘뜨는 해’가 있는 법. 라 리가에선 세비야FC가 그랬다. 1905년 창단된 세비야는 후안데 라모스 감독과 현재 히메네스 감독을 거치며 ‘진행형’의 아름다운 역사를 창조하고 있다. 비록 라 리가 우승은 1회에 불과하지만 유럽 무대 경력은 결코 녹록치 않다. 특히 2005-2006, 2006-2007 UEFA컵 우승은 더 이상 그들이 변방의 중소 클럽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물론 이번 피스컵에선 K리그 성남과 득점 없이 비기고,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에 무릎을 꿇는 등 부진했으나 프리시즌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유벤투스 페라라 감독도 “세비야는 충분히 강했고,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며 그들의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역시 피스컵에 출전한 말라가도 1부 리그 승격 팀으로서 8위에 오르는 등 맹위를 떨쳤다. 한국 선수(이근호) 영입설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말라가의 산츠 구단주는 “한국 선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여전히 진행 중”이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걸림돌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 현재 라 리가 20개 클럽 중 2009-2010시즌에 대비해 메인 스폰서를 확보한 팀이 고작 5개에 머물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다. 그나마도 바르셀로나는 ‘유니세프(UNICEF)’란 비상업적 광고를 갖고 있으니 결국 4개 클럽에 불과한 셈이다. 마르카, 아스(AS) 등 스페인 언론들도 급격한 냉각기를 맞은 축구계 실정을 걱정스레 바라본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어 그저 답답해할 뿐이다. 유럽연합(EU)이 통계로 내놓은 스페인의 실업률은 20%%. 그 중 청년층 20-30대 실업률이 40%%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축구시장의 근간을 이룰 유력한 소비 계층이 일자리가 없어 헤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서 스페인축구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찾을 수 있다.

마드리드(스페인)|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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