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바닷가재와 문어를 산 채로 삶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한다. 이들을 고통을 느끼는 ‘지각 있는 존재’로 규정하고 전기 충격 등 인도적 도축을 의무화하겠다는 취지다. 게티이미지

영국 정부가 바닷가재와 문어를 산 채로 삶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한다. 이들을 고통을 느끼는 ‘지각 있는 존재’로 규정하고 전기 충격 등 인도적 도축을 의무화하겠다는 취지다. 게티이미지


영국에서 바닷가재(랍스터)나 문어 등을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 조리하는 방식이 법으로 금지될 전망이다. 갑각류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동물 복지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22일(현지 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새로운 동물 복지 강화 전략을 발표하며 “갑각류를 살아있는 상태에서 삶는 것은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는 도살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정부는 조만간 구체적인 도살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 갑각류·두족류도 ‘고통’ 느낀다…
전기 충격 기절’ 대안 제시

이번 조치는 앞서 2022년 개정된 동물복지법을 근거로 하고 있다. 당시 영국 정부는 바닷가재, 게와 같은 갑각류와 문어, 오징어 등 두족류가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며 이들을 ‘지각 있는 존재(Sentient beings)’로 법적 승인했다.

과학자들은 살아있는 갑각류를 산 채로 끓이면 죽기까지 몇 분간 ‘고문’에 가까운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고 설명한다. 갑각류 복지 단체 크러스테이션 컴패션(Crustacean Compassion)의 벤 스터전 대표는 “의식이 있는 동물을 끓는 물에 넣는 행위는 명백한 고문”이라며 “전기 충격으로 기절시키거나 차가운 얼음물에 넣어 마비시키는 등의 인도적인 대안이 이미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갑각류를 산 채로 삶는 행위를 금지하는 흐름은 유럽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스위스는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금지법을 만들었으며, 노르웨이와 뉴질랜드도 유사한 법안을 시행 중이다.


● 사냥 금지·축산 복지 강화 등 “동물 복지 대폭 강화”

트레일 헌팅을 시연하는 모습. 유튜브 British Hound Sports Association 갈무리

트레일 헌팅을 시연하는 모습. 유튜브 British Hound Sports Association 갈무리

이번 정책에는 갑각류 보호 외에도 파격적인 동물 복지 정책들이 대거 포함됐다. 우선 공장식 닭장(Battery cage)·돼지 분만틀은 단계적으로 금지된다. 양식 어류에도 인도적 도축 방식을 적용하며, 반려견 전기 충격 목걸이 금지와 강아지 번식장 폐쇄도 추진한다.

특히 ‘위장 사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트레일 헌팅(Trail hunting)’을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트레일 헌팅은 폭스헌팅(여우 사냥)을 대체하기 위해 시작된 스포츠로, 실제 여우를 쫓는 대신에 인공적인 동물 냄새를 숲에 뿌려놓고 사냥개가 그 냄새를 따라 레이스를 펼치도록 만든 영국 전통 스포츠다.

하지만 사냥개가 추적 과정에서 진짜 여우를 공격하는 일이 빈번해, 그동안 불법 사냥을 지속하기 위한 연막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영국개혁당의 나이젤 파라지 대표는 정부의 조치를 두고 “권위주의적인 통제광적 행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런 논리라면 시골에서 개가 토끼나 사슴을 쫓는 산책조차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