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스코스왜어려운가?]너무나도잔인한브리티시

입력 2009-08-0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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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롤러코스터스코어…쨍하다갑자기주르룩‘날씨변덕’탓…강풍까지더해지면“지옥이따로없다”무려200개넘는벙커도선수들‘발목’
골프란 묘한 게임이다. 매일 같이 경기에 나서는 프로골퍼들 조차 똑같은 코스에서 냉탕과 온탕을 왕복한다.

미 LPGA 투어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220만 달러)이 열리는 잉글랜드 랭커셔의 로열 리덤&세인트 앤스 링크스(파72·6492야드) 코스는 변화무쌍하기로 유명하다. 오전에는 강한 바람이 불다가 오후엔 잠잠하고, 아침에 해가 쨍쨍하게 뜨다가도 어느새 비가 내린다. 한마디로 얄궂다.

이런 코스 때문에 참가 선수들 대부분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스코어를 냈다. 지난 31일(한국시간) 열린 1라운드에서 김인경(21·하나금융)은 9오버파 81타를 쳤다. 공동 106위로 본선 진출이 가물거렸다. 6번홀(파5)에서 강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11타 만에 홀 아웃 한 게 결정타였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시간을 바꿔 오전에 플레이한 김인경은 정반대의 스코어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무려 11타가 적은 2언더파 70타를 때렸다. 2라운드 성적만으로는 공동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공동 42위로 순위를 끌어올려 3라운드 진출에도 성공했다.

최나연(22·SK텔레콤)도 한숨을 돌렸다. 1라운드에서 8오버파 80타를 쳤지만, 2라운드에서 이보다 9타가 적은 1언더파 71타를 쳐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브리타니 랭(미국)도 마찬가지다. 전날 9오버파 81타로 106위에 머물렀던 랭은 2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때려내며 무난하게 컷을 통과했다.

행운의 컷 통과에 힘을 얻은 3명의 선수는 3라운드에서도 모두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며 중상위권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반대인 경우도 있다. 비키 라잉(잉글랜드)은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로 공동 7위에 올라 선두 경합을 펼쳤지만, 2라운드에서는 8타를 잃는 바람에 턱걸이(공동 61위)로 3라운드에 합류했다. 1타만 더 쳤더라도 일찍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다. 링크스 코스의 변덕스러움 때문이다.

링크스 코스는 국내에서 흔히 보는 마운틴 코스와 전혀 다른 특성을 지녔다. 대부분의 코스는 인위적인 레이아웃을 배제하고 자연의 미를 최대한 이용한다. 한마디로 다듬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GC와 비교하면 링크스 코스는 그저 황량한 들판에 구멍을 뚫고 깃발을 꼽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리다 보니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러프는 무릎까지 차올라 볼을 찾기조차 힘들고, 사람 키보다 더 큰 항아리 벙커는 전진이 아닌 후퇴를 선택하게 만든다.

날씨에 따라 코스 상태도 수시로 변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페어웨이와 그린이 딱딱해진다. 페어웨이가 딱딱해지면 티 샷한 볼이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힘들다. 운이 없으면 페어웨이에 떨어졌다가도 러프로 굴러간다.

그린에서도 다르지 않다. 볼을 세우기 힘들어 파 온이 쉽지 않다. 짧은 거리에서 3퍼트, 4퍼트를 남발하는 이유다.

바람까지 더해지면 코스는 그야말로 지옥이 된다. 1라운드에서는 시속 48km의 강풍이 불었다. 이쯤 되면 링크스 코스의 저주라 할만 하다.

2008시즌 유럽여자골프투어 상금왕 출신의 글라디스 노세라(프랑스)는 1라운드 6번홀에서 무려 10타를 치는 망신을 당했다. 바람과 러프에서 허우적거린 대가다. 그는 경기 뒤 “정말 최악의 날이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링크스 코스는 바람이 불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내륙에 위치한 골프장과 비교하면 세기가 다르다. 강하다. 러프와 벙커 같은 장애물도 많다. 대회가 열리는 코스에는 무려 201개의 벙커가 있다. 대부분은 작고 턱이 높은 항아리 벙커로 빠지면 몇 타씩 손해를 보게 만든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프로들이 아마추어 같은 스코어를 내고 있다”고 SBS골프채널 천건우 해설위원은 설명했다.

그래서 이런 코스에서는 우승자를 인간이 아닌 신(神)이 선택한다고 한다. 선수들은 오직 참고 견디며 신의 간택을 기다려야 한다. 인생에서 인내(忍耐)라는 단어의 참 뜻을 알려주는 코스가 바로 링크스 코스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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