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김광현?없으면없는대로!”

입력 2009-08-0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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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스포츠동아 DB

2일 강습타구에 왼쪽 손등을 맞고 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은 김광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4일 서울삼성병원을 방문, 다시 정밀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최소 6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골절. 같은 시간 김성근 감독(사진)은 휴대전화까지 끄고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리고 무엇인가 결심한 듯 가토 투수코치를 방으로 불러 한참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어 무거운 표정으로 취재진과 마주한 김 감독은 “지옥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김광현 이름 석자도 꺼내지마!

SK는 이미 전력의 반이라는 박경완을 잃었다. 그리고 에이스 김광현이 시즌을 접었다. 하지만 4일 히어로즈전을 앞둔 SK선수단은 반대로 활력이 넘쳤다. 김 감독은 이날 훈련 전 선수들을 불러 모아 “앞으로 김광현 이름도 꺼내지 마라. 이미 없는 선수다”고 말했다.

21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38.1이닝 마운드를 지켰고 12승을 거둔 에이스. 김광현이 선발로 등판할 때 SK는 6할 이상의 승리를 거뒀다. 눈앞에서 애제자를 잃은 김 감독은 “지옥에 다녀왔다”고 말할 정도로 아파했지만 “김광현에게는 미안하지만 미련없다. 없는 아이다.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웠다”며 다시 냉철한 승부사로 돌아왔다.

김 감독은 “간단하다. 김광현이 앞으로 시즌 끝날 때까지 3승정도 더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시즌 목표를 80승에서 77승으로 낮췄다. 3승이 없어졌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게 끝이다”라고 강조했다.

○욕먹는 야구로 3연승 도전

김광현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운 김 감독의 선택은 ‘욕먹는 야구’다. 김 감독은 “SK를 맡은 후 가장 어려운 상황이고 쓸 선수가 부족하다”라고 현재 SK의 전력을 스스로 평가한 후 “발상을 전환하기로 했다. 선수들에게 투수가 원 포인트로 나가 타자를 잡고, 점수를 얻어내는 작전에 성공해서 이기면 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수를 많이 데리고 나가 원 포인트로 하나하나 잡는, 비난받는 야구 하는 거지”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안방마님과 에이스를 잃은 상황을 더 세밀한 야구로 극복하겠다는 김 감독의 의지다. SK는 용병투수인 카도쿠라까지 보직에 상관없이 전천후로 등판시킬 계획이다.

○김광현 부상으로 똘똘 뭉친 SK

SK는 2년 연속 우승팀이지만 김광현의 부상과 팀 순위 하락으로 디펜딩 챔피언의 여유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김 감독도 “(김광현 부상이후) 팀 결속력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나주환은 팀 배팅의 일환으로 우익수 방면으로 타구를 보내는 타격을 위해 특별훈련을 자처해 500번 프리배팅을 하기까지 했다.

김 감독은 “(3연승 도전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도 “포스트시즌 때는 투수 한명이 미쳐주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학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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