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한국남편과사랑엮어가는‘이주여성’놉찐씨화이팅!

입력 2009-08-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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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외국에서 시집 온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 요리, 기본적인 컴퓨터 사용법 등 우리 국민으로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애쓰고 있는 다문화가정 방문교사입니다. 여러 가정을 방문하다 보면 마음이 짠하고 가슴 아픈 일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베트남에서 온 놉찐 씨를 만나러 가는 날이면 저절로 희망이 샘솟고 가르치는 보람을 느낍니다. 놉찐 씨는 베트남에서 시집 온지 7년 정도 됐는데 남편과 6살 된 딸, 그리고 팔순을 바라보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고 있습니다. 2년 전 남편이 크게 다치면서 일을 못하게 되자, 남편을 대신해서 회사를 다니고 있죠. 저는 놉찐 씨가 쉬는 날에 방문해서 외국인들이 응시하는 한국어능력시험 공부를 2시간 씩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놉찐 씨는 눈물까지 그렁거린 채로 “선생님, 남편 때문에 속상해 죽겠어요!”라며 한탄하는 겁니다. 전에 비해 몸이 어느 정도 나아진 놉찐 씨 남편은 얼마 전부터 기계 부속품 파는 일을 시작했답니다. 생각보다 일이 잘 안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남편이 너무 착해서 받을 돈을 못 받았았죠. 놉찐 씨는 돈 대신 TV나 냉장고라도 가져오라고 했지만, 집이 너무 좁아서 못 가져오겠다는 남편이 미워죽겠다는 얘기였죠.

마지막에 그녀는 “선생님, 잘 산다고 해서 시집왔더니 이게 뭐에요? 우리 남편, 나보다도 훨씬 못해요!”라고 얘기했습니다. 저는 마음을 가다듬고 놉찐 씨에게 “놉찐 씨 남편은 어떻게 해서든 열심히 노력해서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거 누구보다도 놉찐 씨가 더 잘 알잖아요. 그러니까 놉찐 씨가 먼저 부드러운 말로 ‘당신 수고했어요, 최고로 멋있어요, 잘 될 거예요’하면서 위로해주세요”라며 달래줬습니다.

저의 진심이 통했던 걸까요? 다음 수업시간 감기 몸살 때문에 일찍 들어온 남편에게 놉찐 씨는 밝고 상냥한 표정으로 “여보, 많이 아파요? 여기 와서 누워요”라면서 공부를 하다 말고, 남편에게 폴짝 뛰어가 이불을 덮어주며 이마를 짚어주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습니다.

무사히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로당에서 나오시는 놉진 씨의 시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저를 보자마자 며느리가 들어오고부터는 병원에 갈 일도 안생기고, 몸이 건강해진 게 아무래도 때마다 따뜻한 밥을 잘 챙겨줘서 그런 것 같다며 며느리 칭찬하기 바쁘셨습니다.

“어르신이 복이 많으신가 봐요∼ 복덩이 며느리 맞이하기가 어디 쉬운가요∼”했더니, 당신도 며느리 하나는 정말 잘 본 것 같다며 흐뭇하게 웃으셨습니다. 며느리로 인해 행복해 하시는 어르신의 말씀을 들으니 저도 덩달아 기뻤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즐거운 일도, 힘든 일도 많을 텐데 놉찐 씨를 비롯한 많은 이주여성들이 잘 적응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부산 진구|박윤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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