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퇴출②]의혹의19시간…‘정수근미스터리’

입력 2009-09-0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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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1일23시49분47초…깊은밤술집에선무슨일이…
음주난동 신고 접수부터 전격 퇴출까지. ‘야구선수 정수근’의 운명이 추락한 약 19시간의 궤적.

의혹은 단 한 줄의 112 신고 타이핑에서 시작됐다. “야구선수 정수근이 술에 취해 옷 벗고 난리다.” 신고 시간은 8월31일 23시49분47초. 장소는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의 바비호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은 여기까지다.

그 이후 증언과 행적은 경찰, 신고자, 정수근 전부 제각각이다. 이 와중에 롯데 구단과 정수근은 “최초 신고자가 증언을 번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최초 신고자는 언론을 피하고 있다.

과연 정수근은 음주난동을 부린 것인가? 사실이라면 정수근의 도덕성은 부도를 맞고,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1년 만에 면책시켜준 롯데와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롯데 누군가의 비유처럼 정수근은 “사실상 집행유예 신분”이기 때문. 그러나 정수근은 “억울한 음해”라고 결백을 주장, 양심을 걸었다.

‘선 진위파악, 후 징계조치’의 입장으로 정수근의 말을 믿고 싶어 했던 롯데는 1일 KIA전에 앞서 ‘야구장 출근 금지→1군 엔트리 제외→퇴출’의 점점 강도 높은 징계를 거듭 발표, 결별을 선언했다.

그러나 ‘불명예 퇴출’이란 최악의 징계를 받고도 정수근은 재차 결백을 호소했다. 롯데 구단은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정수근이 또 롯데 그룹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고 중징계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롯데가 정수근에 손을 뗐어도 의혹은 남는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진실을 왜곡·은폐한 쪽은 어딜까?

의혹1. 왜 경찰은 현장을 외면했을까?

최초의 궁금증이자 가장 기초적인 의문은 심야에 경찰이 출동했는데 정수근이 “거기서 아무 일도 없었다. 신고 사실조차 몰랐다”고 말한 대목. 주점 신고자의 “술 취해 옷 벗고 난리”란 증언과 정면 대치한다.

정수근은 “맥주 두 잔 마시려고 왔는데 종업원이 ‘롯데가 4강을 가냐 마냐 하는 판국에 술 마시러 온 것이 꼴 보기 싫어서 허위신고를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가장 중립적 위치에 설 수 있는 당시 출동경찰은 “피해도 없고, 처벌을 원치 않으니 돌아가 달라”란 주점 직원들의 얘기에 입구에서 돌아섰다. 경찰이 가게 안에만 들어갔어도 정수근이 만취였는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틈새가 양쪽이 서로 딴 말을 늘어놓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이다.

의혹2. 왜 신고자는 말을 바꾸나?

신고자에 관해서도 경찰은 주점실장, 정수근은 서빙 종업원, 롯데는 주방장으로 다소 엇갈린다. 어쨌든 진위파악에 나선 롯데 실무자는 “처음엔 ‘난동을 부렸다’고 하다가 재차 연락을 취하자 ‘웃통을 벗고 잠자고 있어서 집에 일찍 보내려고’, 그 다음엔 ‘거짓 신고’라고 말을 바꿨다”고 했다.

정수근 역시 “경찰서를 찾아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할까도 고민했다. 그러나 ‘롯데 팬이어서 그랬다. 잘못했다’고 하기에 ‘사실 그대로 얘기하라’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결국 정수근을 위해서라도 신고자는 사람들 앞에 서야 마땅하다.

그러나 롯데는 “‘언론에 노출되면 롯데와도 연락을 끊겠다’고 한다. 그래서 어르고 달래고 있다”고 언급했다. 취재진이 직접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의혹3. 롯데의 진실규명 의지는?

해운대 재송지구대에서 술집까지 거리는 약 3분. 그러나 실제 경찰이 현장에 닿기까지 공백은 15분 이상이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경찰은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또 롯데의 핵심 인사는 “정수근이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정수근은 “그 술집을 나와서 집에서 잤다. 아침에 뉴스보고 내가 오히려 놀랐다”고 했다. 정수근의 행적에 거짓이 있든지, 롯데 프런트 실무진의 축소·은폐시도가 있었던지 둘 중 하나다.

의혹4. 정수근, 왜 순순히 물러날까?

정수근이 말이 진실이라면 억울한 피해자일 텐데 되레 롯데는 퇴출의 칼날을 겨눴다. 정수근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천신만고 끝에 복귀한 야구판에서 쫓겨나게 됐는데 정수근은 ‘무고’를 저지른 신고자에 관해서도 “고소할 의향이 없다”고 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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