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거짓말에진땀뺀‘장동건의추억’

입력 2009-09-1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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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1 때였습니다. 여름방학 이후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그런데 학원에 간 첫 날, 복도 끝에서 TV나 영화를 통해서 봤던 장동건이 걸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너무 놀라서 눈에 힘을 주고 다시 봤는데 아쉽게도 장동건은 아니었고, 장동건 뺨치게 잘 생긴 남학생이었습니다.

이후로 저와 친구들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열심히 학원에 다녔고, 슬슬 알아보니, 그 때 그 오빠는 고3이었습니다.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고,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이름은 뭔지 알아야 했기에, 자습실에서 공부하고 있던 오빠가 화장실에 가면, 몰래 오빠 자리로 가서 노트와 문제집을 뒤져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 욕심에는 끝이 없다고, 이름을 알고 나니까 어디 사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학원 수업이 끝나고 미행을 했습니다. 그 결과, 어느 아파트, 몇 동, 몇 호에 사는지 알아냈죠.

하지만 뿌듯함도 잠시, 어떻게 집에 돌아가야 할지가 걱정됐습니다.

타고 온 버스를 다시 타고 되돌아갈 생각으로 정류장에 가봤습니다. 버스는 끊긴 것 같고, 지갑엔 3000원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고민했는데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둘이 학원에서 공부를 끝내고 버스정류장으로 가고 있는데, 웬 이상한 남자가 자꾸 우리를 따라오더라. 겁이 난 우리는 아무 버스에 올라탔는데, 그 이상한 남자도 같이 버스에 타더라. 그래서 우리는 그 남자가 내릴 때 까지 버스에 있다가, 파출소를 찾아왔다’라는 시나리오였습니다.

이렇게 파출소에 얘기하자 그곳에 있던 예쁜 여자순경 언니는 따뜻한 차를 주고 집에도 연락해주셨습니다. 이제 부모님만 오시면 되는데, 어떤 순경아저씨께서 저희를 따라오던 남자의 인상착의를 물어보시는 게 아니겠어요? 저와 친구는 혹시라도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눈물만 뚝뚝 흘렸습니다. 다행히도 얼마 안 있어 부모님이 오셨죠.

그리고 며칠 후, 지역뉴스에서 강도가 잡혔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그 강도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겁니다.

그 말에 부모님께선 ‘혹시 저 강도가 그 때 그 변태 아니냐고, 정말 다행이라’고 하셨는데, 그 때 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고개만 푹 숙이고 있어야 했답니다. TV에 장동건이 나올 때면 가끔 씩 떠오르는 그 때 그 장동건 오빠, 잘 살고 있겠죠?

From. 신주희|부산시 해운대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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