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베트남서온우리형님200점짜리며느리예요

입력 2009-09-1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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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 세 살이 어린, 형님은 저 멀리 베트남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올 해 스물 일곱 살인 저와 나이도 비슷하고, 저희 부부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서, 서로의 고충을 잘 알고 있죠. 그래서 다른 형님들에 비해 더욱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요. 얼마 전 우리 베트남 형님이 귀화증서를 받고, 진짜 한국인이 되었답니다!

사실, TV나 신문을 보면, 외국인 주부들이 남편의 폭력에, 또는 시부모님의 괴롭힘에 얼마 못 살고 가출하는 사람도 많고, 아니면 애초에 결혼 할 마음도 없이 시집왔다가 가출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잖아요?

우리 형님은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왔지만, 사람이 얼마나 착한지,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아주버님과도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답니다. 그리고 첫째, 둘째 형님 댁이 사정이 있어 모시지 못하는 어머님을 대신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저희 시어머니가 3개월 전에 유방암 수술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24개월 된 아기를 보는 것도 힘들 텐데, 항암치료 중이신 시어머니를 얼마나 극진히 모시는지 모릅니다. 거기다 부지런히 한국문화와 우리말을 배워서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죠.

이렇게 뭐든 다 잘하는 형님은 특히 음식솜씨가 좋습니다. 그래서 한국 음식도 금방 배워서 잘 하시고, 가끔씩 월남쌈이나 쌀국수를 만들어주시기도 하죠.

그리고 주변에 다른 베트남 사람들이 고향에 다녀올 때면, 베트남에서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부탁해서 이것저것 베트남 요리를 해주는데요. 그중에서도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우뭇가사리를 이용해 푸딩처럼 만들어낸 음식은 먹기 아까울 정도로 모양도 너무 예쁘고, 맛도 참 좋답니다.

늘 무언가 배우고 싶어 하신 형님은 이제 진짜 한국인이 되셨으니 국비지원을 해주는 학원에 등록해서 미용 기술이나 제빵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격증을 따서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시댁에도 잘 하고, 어렵게 사는 친정도 도와주고 싶어 하는 우리 형님! 저와 남편은 형님의 예쁜 마음에 반해서 서로 약속한 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살아가면서 우리 애만 챙기지 말고, 형님네 아이도 우리 애처럼 보살피자는 건데요. 우리 형님네 아이도 ‘다문화가정’과 ‘혼혈’이라는 편견 때문에 힘들 수가 있겠더라구요. 그래서 저희 부부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형님 가족이 힘들지 않게 물심양면으로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

From. 장혜영|전남 순천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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