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직한읊조림,심연을깨우다’포에틱재즈파트리샤바버

입력 2009-10-11 17: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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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블루노트사는 별 볼일 없는 변두리의 음반사 프리모니션의 음반을 독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아쉬울 일 없는 재즈계의 거함 블루노트가 시카고 지역의 마이너 레이블에 지나지 않는 프리모니션과 전격적으로 계약을 맺은 진정한 이유는 한 가지. 그것을 바로 파트리샤 바버라는 걸출한 신인의 존재 때문이었다.

스윙재즈의 빅스타 글렌 밀러밴드의 색소포니스트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파트리샤 바버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색소폰과 피아노를 접할 수 있었다. 대학에서 심리학과 피아노를 전공한 바버는 1980년대 시카고로 돌아와 로컬 밴드를 결성했고, 골드스타 사다인 바를 중심으로 클럽 공연을 시작한다.

바버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 계기는 1998년에 발표한 음반 ‘Modern Cool’이었다. 다운비트지에서 만점을 받은 이 음반이 블루노트의 눈에 들어왔고, 이후 그의 음반은 블루노트의 배급망을 타고 전 세계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파트리샤 바버의 음악은 시와 떼놓을 수 없다. 직접 작곡한 그의 음악은 확실히 다른 뮤지션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창법 역시 지금까지 여성 보컬들이 들려준 스탠더드와는 거리감이 있다.
시를 운율에 실어 읊조리는 듯한 그의 노래는 ‘포에틱 재즈’라는 신조어를 탄생하게 만들었다.

블루노트의 여성 재즈보컬리스트가 바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카산드라 윌슨, 다이앤 리브스 역시 독자적인 색깔로 세계 재즈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음악적인 면에서 바버는 확실히 이들에 비해 돋보인다.
멜로디 라인을 극도로 자제한 미니멀리즘, 어슴푸레한 도시의 새벽을 깨우는 듯한 나직한 울림, 어딘지 텅 빈 피아노 연주는 듣는 이의 감성을 밑바닥부터 흔들어댄다.

‘대담한 피아노연주와 반복되는 리듬, 낮은 알토음성 … 흔한 사랑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 시대의 생각하는 방식과 삶이 담긴 집약적인 노래들 … 이것이 파트리샤 바버이다. 그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찾아왔던 예술이 아닌가. 21세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
뉴욕타임즈는 파트리샤 바버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이처럼 뛰어난 예술가가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11월 7일 파트리샤 바버가 자신의 쿼텟을 이끌고 고양어울림누리를 찾는다.
우리 시대 가장 스타일리시한 재즈의 음유시인.
모처럼 우리들 영혼의 심연을 뒤흔들어 놓을, 제대로 된 음악과 마주치게 됐다.
11월 7일(토) 7시|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문의 고양문화재단 1577-7766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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