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절 100번씩 반복 ‘녹음실 감금사건’날 키웠다…배틀 진태화

입력 2009-10-14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아이들 그룹 멤버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가수 진태화. 그가 결코 녹록치 않았던 공백기를 거쳐 솔로 앨범을 내놓고 야심 찬 새 출발을 선언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완벽주의’ 김재석PD와 호흡…녹음실서 OK 날때까지 훈련
처음 시작은 사람들의 기대와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신인 유망주 그룹의 멤버였다. 또한 한때는 최장수 아이들 그룹인 신화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화제를 낳기도 했다. 2006년 데뷔한 6인조 그룹 배틀, 그리고 이 팀의 멤버 진태화의 이야기다.

다부진 각오를 갖고 가요계에 입문했던 진태화(21)는 세상 일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배틀 멤버로 활동하며 알기 시작했다. 가요계는 그가 동경하면서 지켜봤던 것과는 달리 전혀 녹록치 않았다. 쉬울 것 같았던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도 뜻한 대로 되지 않았다. 진태화가 속한 배틀은 화제 속에 데뷔한 뒤 몇 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하지만 주위의 기대와 달리 더 이상 커가질 못했다. 다른 아이들 그룹처럼 인기의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멤버 두 명이 군에 입대하며 배틀은 결국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진태화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독기’를 품었다. 최근 아이들 그룹 멤버들이 솔로 음반을 발표하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더욱 치열하다. 그는 “가수를 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고민 했고 주위로부터 ‘그렇게 할 거면 관둬라‘는 질타도 수없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평탄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진태화의 첫 솔로 음반인 ‘타락천사’는 20대에 접어든 꿈 많은 청년의 방황과 고민이 담겼다. 진태화는 음반 작업 과정을 “야생 체험 같았다”고 돌이켰다.

“불안했어요.요즘은 거의 10대잖아요. 불안하다고 생각하니 끝이 없었어요. 극복하지 못하고 또 걱정하는 일이 반복됐죠.”

누구보다 진태화를 괴롭혔던 대상은 음반 프로듀서를 맡은 작곡가 김재석과 ‘중고신인’이란 꼬리표였다. 뛰어난 음악성을 자랑했던 그룹 원티드의 리더인 김재석은 진태화의 솔로 음반을 시작으로 전문 프로듀서로 나섰다.

완벽주의자로 정평이 난 그는 녹음실에 진태화를 ‘감금’하다시피하고 노래의 한 소절을 수 십, 수 백 번 반복해 부르게 했다.

“한 소절을 부르는 데 100번 정도 ‘다시 해’라는 말을 들었어요.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제 모습이 더 답답했어요. 녹음실 문을 열고 뛰쳐나가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댄스가수라면 흔히 기계음을 빌려 보컬의 부족한 부분을 보정하는 게 일반적인 작업 과정이다. 진태화의 이번 음반에 담긴 노래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100%% 그의 목소리로만 이뤄진 노래다. 이는 김재석의 고집이기도 하다.

타이틀곡 ‘타락천사’는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한 정통 댄스곡. 요즘은 일렉트로닉을 가미한 댄스곡이 대세이지만 진태화는 시간을 역행하는 방법을 택했다. 덕분에 ‘타락천사’는 현재 유행하는 댄스곡들과는 뚜렷한 차별 점을 지닌다. 발라드 곡인 ‘위드 유’(with U)에서는 그의 노래 실력을 엿볼 수 있다. “배틀 멤버들이 은근히 압박을 줘요. 제가 잘 되어야 배틀이 빨리 음반을 낼 수 있다고 말이에요. 배틀이 제2의 신화로 시작했지만 제2의 진태화가 나오지 않으란 법도 없잖아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