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가을이야기]임재철의가을잔치는이제시작

입력 2009-10-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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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철(왼쪽).스포츠동아DB

#1999년. 롯데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7차전. 양 팀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연장 11회초가 돌아옵니다. 그리고 1사 2루에서 롯데 김민재의 짧은 좌전안타가 터집니다. 2루에 있던 신인 임재철(33·사진)은 3루를 돌아 필사적으로 내달립니다. 중계 플레이에 나섰던 삼성 3루수 김한수는 당황해서 홈으로 악송구를 범하고요. 결국 6-5로 롯데의 승리. 김한수는 은퇴하면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로 그 날을 회상합니다.

#그 해 한국시리즈 5차전. 1-2로 뒤진 롯데에게 6회초 2사 만루 기회가 돌아옵니다. 고민하던 김명성 감독의 눈앞에 다시 신인 임재철이 나타납니다. 허리를 다쳐 진통제를 맞고 테이핑까지 했으면서도, 괜히 덕아웃 앞에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마운드에 선 상대 투수는 정규 시즌 15승에 빛나는 한화 좌완 송진우. 김 감독은 결국 대타로 임재철을 냈고, 임재철은 풀카운트에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화답합니다. 송진우 역시 은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안타’로 그 때를 떠올렸고요.

#롯데∼삼성∼한화를 거쳐 이제 두산맨이 된 임재철(33)은 1999년 가을을 웃으며 회상합니다. “신인 때였잖아요. 펄펄 날았죠. 정말 ‘그라운드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뛰었어요.” ‘가을 사나이’ 임재철은 그렇게 태동했습니다. 군복무 2년을 제외한 아홉 시즌 동안 그는 총 여섯 번 가을잔치에 나섰습니다. 1999년·2000년·2002년·2004년·2005년 그리고 2009년. 우승 한번과 준우승 두 번을 이미 경험했다고 짐짓 ‘자랑’도 해봅니다.

#하지만 이번엔 날개를 펼치기도 전에 꺾여버렸습니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 중 도루를 하다 왼손 새끼손가락을 다쳤거든요. 대주자나 대수비로라도 뛰겠다고 의지를 불태워 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밥을 먹다 깁스한 손가락을 보는데,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더라고요. 막 페이스가 올라오던 참이었는데….” 결국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도 제외됐습니다. 그래도 그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덕아웃을 지켰습니다. ‘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가까스로 잠재우면서요.

임재철. 그는 지금 두산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돼 있습니다. 그의 가을이 계속되느냐 마느냐가 14일 열리는 5차전 결과에 달려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두산을 응원할 거랍니다. 비록 몸은 그라운드를 떠나 있지만요.

문학|스포츠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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