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SK 카토쿠라가 역투하고 있다. 문학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SK 용병 카도쿠라(35·사진)는 야구선수로서는 얄궂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는 프로 입단 후 무려 14년 동안 큰 경기 경험이 전무하다. 요미우리, 주니치, 긴테쓰 등 일본 유명구단을 거쳐 메이저리그(시카고 컵스)까지 진출한 꽤 잘 나가는 투수였지만 유독 일본시리즈 등 가을잔치에서 좀처럼 피칭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런 식이었다. 5차전 선발로 예고되면 4차전에서, 4차전 선발로 예고되면 3차전에서 경기를 끝내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동료들 덕분(?)에 마운드 한 번 오르지 못했다. 늘 몸만 풀다가 시즌을 마친 카도쿠라는 한국 땅을 밟고서야 비로소 큰 경기에 나서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올해가 처음으로 출장하게 된 포스트시즌이 되는 셈. 카도쿠라에게 있어 이번 가을은 선수생활을 통틀어 가장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이를 증명하듯 그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로 나서 6.1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두산 타자들의 손발을 꽁꽁 묶었다. 비록 고영민의 2점포로 승리를 빼앗기며 호투가 빛바랬지만 카도쿠라는 포스트시즌에 더 빛나고 있다. 그리고 13일 5차전에서는 김현수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폭우로 ‘노게임’이 선언되며 한숨을 돌렸다. 어렵사리 얻은 카도쿠라의 등판은 하늘까지도 도와주는 모양이다.
문학|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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