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도쿠라.스포츠동아DB
가깝고도 먼 나라. 우리에게 일본이 그렇듯, 일본에게도 한국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SK 카도쿠라(35) 역시 ‘옆 나라’ 한국에서 뛰게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답니다. 한국의 SK가 함께 야구를 해보자고 손을 내밀었을 때 잠시나마 망설였던 이유죠. 2009년 가을, “인천에서 1년 더 뛸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게 될 줄은 몰랐던 겁니다.
이제 카도쿠라는 “행복하다”는 말을 연발합니다.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고, “최고의 스태프와 선수들을 동료로 둘 수 있어 행복하다”고도 했습니다.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일구이무(一球二無) 정신’도, 죽기 살기로 승리를 향해 달리는 ‘헝그리 정신’도, 이 곳에서 배웠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열광적인 팬들의 응원에 매번 감동합니다. “선수별로 응원가가 다 다르잖아요.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던 지요.” 가을이 좋은 이유도 그렇습니다. “수많은 팬들 앞에서 공을 던지는 게 참 행복한 일이에요” 무엇보다 그는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유독 포스트시즌과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첫 해부터 가을잔치 마운드를 밟을 수 있었던 한국에 애정이 느껴질 만도 합니다.
물론 타국 생활이 마냥 좋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카도쿠라 패밀리’가 있습니다. 재일교포인 아내, 그리고 아들과 딸. 비록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건 카도쿠라 만의 몫이지만, 가족 모두가 늘 한 팀으로 움직인다고 여깁니다. “식구들은 늘 내 꿈과 선택을 믿어줬어요. 그런 지지 덕분에 야구가 더 즐겁고, 오래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이제 그는 ‘가족의 힘’을 앞세워 풍성한 가을걷이를 하겠답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호투했지만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 했거든요. 두 번째로 선발 등판했던 13일 경기는 폭우 속에 날아갔고요. 그는 “정말 아쉬웠다”고 합니다.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에? 아닙니다. “내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한국시리즈 행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랍니다. “SK는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를 2연패한 팀이잖아요. 3연패를 만들기 위해 내가 이 팀에 온 거고요. 여기서 돌아설 수는 없죠.” 결국 SK는 그의 소망대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습니다. 카도쿠라의 ‘코리안 드림’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문학|스포츠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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