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편지] 십시일반 모은 돼지저금통 빠듯한 살림에 아주 요긴하죠

입력 2009-10-2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속담 중에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 다들 들어보셨죠? 저는 이 속담을 제일 좋아하는데요, 다들 실생활에서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되냐고 하지만, 저는 이 속담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저는 막무가내로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두면서 모으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컴퓨터가 오래돼서 조만간 본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컴퓨터 앞에 작은 저금통을 만들어서 두고, 가족들에게 잔돈이 생기는 족족 이 저금통에 넣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이 저금통에 돈이 꽉 차면 모자라는 만큼 보태서 컴퓨터를 새로 장만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좋은 생각이라면서 술값 아껴서 만 원짜리도 가끔 턱턱 넣어주고요, 애들도 빨리 고성능의 컴퓨터를 갖고 싶은지 군것질 할 돈 아껴서 동전을 넣어주더라고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는 저금통을 다 채우기 전에 컴퓨터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려서 의도치 않게 새로 구입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 때 우리가족이 모은 돈이 20만원 정도 됐는데요. 완제품을 사지 않고 본체를 직접 조립한다고 가정했을 때, 40만원이면 뒤집어쓰겠더라고요. 그래서 모아진 돈에 20만원을 합해서 새 컴퓨터를 살 수 있었습니다.

어때요? 만약 이 돈이라도 모으지 않았다면 생각지도 못한 목돈이 들어가서 꽤 부담이 됐을 텐데 괜찮은 방법 아닌가요? 그리고 요즘은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드릴 용돈을 위해서 동전을 모으고 있는데요. 애들이 어릴 땐 잘 몰랐는데 유치원 다니고, 초등학교 들어가다 보니까, 특히 명절 때 드리는 용돈이 부담이 되는 겁니다.

안 그래도 음식 장만이다 뭐다 해서 드는 돈 하며, 조카들 보면 용돈도 줘야지, 거기다 설이나 추석을 지내고 나면 새 학기가 시작돼서 알게 모르게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 용돈 챙겨드릴 때면 생각한 것 보다 부족할 때도 있고, 부담이 많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추석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설을 대비해서 돼지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용돈 돼지에는 하루에 천 원씩 모으고 있는데요, 이런 식이라면 한 달에 3만원 밖에 안 되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편하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저는 아무 이유없이, 말 그대로 비상용으로 돼지 한 마리를 더 키우고 있는데요. 정말이지 지갑에 만원 한 장 없을 때 얼마나 요긴하게 쓰이는지 모릅니다. 빠듯한 살림에 목돈 들어갈 때마다 고생하지 마시구요. 큰 돈 쓸 일이 있으시다면 저희 집처럼 미리미리 목적을 갖고 돼지저금통을 만들어 보세요.

From. 박정란|전남 여수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