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막무가내로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두면서 모으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컴퓨터가 오래돼서 조만간 본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컴퓨터 앞에 작은 저금통을 만들어서 두고, 가족들에게 잔돈이 생기는 족족 이 저금통에 넣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이 저금통에 돈이 꽉 차면 모자라는 만큼 보태서 컴퓨터를 새로 장만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좋은 생각이라면서 술값 아껴서 만 원짜리도 가끔 턱턱 넣어주고요, 애들도 빨리 고성능의 컴퓨터를 갖고 싶은지 군것질 할 돈 아껴서 동전을 넣어주더라고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는 저금통을 다 채우기 전에 컴퓨터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려서 의도치 않게 새로 구입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 때 우리가족이 모은 돈이 20만원 정도 됐는데요. 완제품을 사지 않고 본체를 직접 조립한다고 가정했을 때, 40만원이면 뒤집어쓰겠더라고요. 그래서 모아진 돈에 20만원을 합해서 새 컴퓨터를 살 수 있었습니다.
어때요? 만약 이 돈이라도 모으지 않았다면 생각지도 못한 목돈이 들어가서 꽤 부담이 됐을 텐데 괜찮은 방법 아닌가요? 그리고 요즘은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드릴 용돈을 위해서 동전을 모으고 있는데요. 애들이 어릴 땐 잘 몰랐는데 유치원 다니고, 초등학교 들어가다 보니까, 특히 명절 때 드리는 용돈이 부담이 되는 겁니다.
안 그래도 음식 장만이다 뭐다 해서 드는 돈 하며, 조카들 보면 용돈도 줘야지, 거기다 설이나 추석을 지내고 나면 새 학기가 시작돼서 알게 모르게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 용돈 챙겨드릴 때면 생각한 것 보다 부족할 때도 있고, 부담이 많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추석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설을 대비해서 돼지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용돈 돼지에는 하루에 천 원씩 모으고 있는데요, 이런 식이라면 한 달에 3만원 밖에 안 되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편하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저는 아무 이유없이, 말 그대로 비상용으로 돼지 한 마리를 더 키우고 있는데요. 정말이지 지갑에 만원 한 장 없을 때 얼마나 요긴하게 쓰이는지 모릅니다. 빠듯한 살림에 목돈 들어갈 때마다 고생하지 마시구요. 큰 돈 쓸 일이 있으시다면 저희 집처럼 미리미리 목적을 갖고 돼지저금통을 만들어 보세요.
From. 박정란|전남 여수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