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싸들고간음식허겁지겁먹는‘특전사아들’에눈물이…

입력 2009-08-1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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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특전사입니다. 평소 약한 모습을 보인 아들이라 평범한 육군으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이왕 가는 거 멋진 사나이 모습을 보여야겠다 싶었는지, 입대심사도 복잡한 특전사지원을 했더군요. 아들이 입대한 지 어느덧 두 달째. 아들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특전사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여 부대에서 올려주는 사진도 보고, 가족의 안부도 전하며 매일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면회 일자가 정해졌다며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반가움을 표현할 새도 없이 “엄마, 올 때 피자하고 회하고 갈비찜하고, 또 … 아! 음료수! 아무튼 먹을 거 많이많이 가지고 와!”하며 먹고 싶은 음식들을 읊어대더군요. 예전 같으면 “그거 다 먹을 수 있겠어?”하며 핀잔을 줬을 텐데, 들뜬 아들의 목소리에 “또 먹고 싶은 건 없어?” 되물으며 음식 이름을 메모지에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동안 못해준 것들 면회 날 만회하리라 마음먹고, 음식이며 가족사진이며 소소한 것들까지 세심히 챙겼죠. 이윽고 면회 날. 남편과 저 그리고 사촌누나에 동생들까지, 다섯 명이라는 대가족을 이끌고 집을 나섰습니다.

오전 일찍 부대에 도착해 안내에 따라 이동하고선 특전사 관련 영상을 보았습니다. 다들 하나같이 까만 피부를 하고선 고함을 지르며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는데, ‘우리 아들이 저렇게 힘든 훈련들을 하고 있겠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아렸습니다.

지금껏 품안에서 좋은 것만 먹이고 좋은 것만 입혔었는데, 여기선 저 고생을 하고 있구나 싶어 괜히 억울하더라구요. 하지만, 늠름하고 멋진 대한의 남아가 되어있을 아들을 생각하자니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부대에 도착한지 약 7시간이 지나서야 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보자마자 우렁찬 목소리로 특전사 경례인사인 “단결!”을 외치는데, 와락 품에 안은 아들의 몸집이 왜 그리도 야위었던지요.

서둘러 바리바리 싸들고 온 음식부터 풀어놓고 아들에게 먹였습니다. 눈 깜짝할 새 캔 음료 4개를 들이키더니, 그 많은 음식들을 숨 쉴 새도 없이 허겁지겁 입 속으로 넣던 아들.

집에서는 밥알을 세어가며 먹어 제 속을 썩인 녀석인데, 여기선 밥을 많이 먹고 싶어 식사당번을 자청했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아들 마음 약해질까, 보이지 않으려 했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허겁지겁 먹는 아들에게 체하니 천천히 먹으라는 말도 못하고, 그저 많이 먹고 배곯지 않길 바랐습니다.

그 전엔 그저 ‘힘들겠구나’ 생각만 했지, 막상 보고 오니 장하기도 하지만, 걱정이 더 커져서 집에 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더군요. 이런 마음, 애지중지하던 아들을 나라로 보낸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모두 저랑 같겠죠? 아무튼 아무 탈 없이 멋진 모습으로 거듭날 아들을 기대하며, 오늘도 전 “엄마는 네가 자랑스럽다”는 진심을 담아 아들에게 보낼 편지를 씁니다.

대구시 달서구|김명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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