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온가족함께한여름휴가,이젠해외여행도안부러워요!

입력 2009-08-1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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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언니와 저는 서로 사는 게 힘들다 보니, 지금까지 남들 다 가는 여름휴가를 제대로 다녀온 적이 없었습니다. 여름이면 주위에서 ‘어디로 간다, 뭘 사가지고 간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죠.

‘올 해도 그냥 이렇게 넘어가야 하는구나’하고 실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형부가 전화를 해서는 “처제, 휴가 어디로 갈지 정했어? 나 아는 동생이 콘도를 빌려준다는데 계획 없으면 우리 장모님이랑 장인어른 모시고 같이 갔다 오자!”라고 하시는 겁니다. 이게 도대체 얼마만인건지, 형부의 전화 한 통화에 아직 휴가를 간 것도 아니었지만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제일 빠른 쪽으로 날짜를 잡고, 휴가 갈 준비를 했는데요, 무슨 일이신지 부모님께서 도통 안 가시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 가족, 다같이 여행 못간지도 정말 오래 됐는데 안 가실 거에요? 언니랑 저랑 결혼하고 처음으로 가는 건데 같이 가요, 네?”하고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그러자 두 분 다 “우리 같이 나이든 사람들은 그냥 집에 있는 게 여러모로 도와주는 거다. 몸도 아픈데 괜히 따라가면 니들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피곤하잖아. 우리 신경은 쓰지 말고, 가서 재밌게 놀다 와”라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말씀 하셨다고 해도 이게 진심이겠어요? 그래서 이번엔 저희 남편과 형부가 설득의 설득을 거쳐, 다같이 떠나게 됐죠.

저는 전날 밤, 친정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챙길 건 다 챙기셨죠? 내일은 차타고 멀리 가야 되니까, 일찍 주무세요. 아침에 모시러 갈게요.” 엄마는 아주 흥분된 목소리로 “그래, 준비는 진작에 다 해놨다. 그나저나 내일 비는 안온다고 하지? 날이 좋아야 사진도 찍고, 물에도 들어가서 놀고 하잖아. 그나저나 나는 잠이 안와서 큰일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들뜬 엄마의 목소리만으로도 엄마가 잔뜩 기대를 하고 계시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다음 날! 몇 년 만에 가족여행이 시작됐고,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애들도, 부모님도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서 갔습니다.쌩쌩 달려서 바다에 도착해서 보니까 가슴도 탁 트이고, 정말 멋지더군요.

사실, 가까이에 바다를 두고 살았지만,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구경도 못했습니다. 아무튼, 형부 덕에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이렇게 멋진 곳에 놀러 와서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다니 정말 신났습니다.

특히 안 오신다고 말씀하셨던 친정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니까, 더 뿌듯하더라구요. 저녁에는 준비해간 삼겹살을 구워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었습니다. 작은 아들이 “엄마, 여기 너무 좋아요. 우리 내년에도 올 거에요?”하고 묻길래 “그래. 내년에도 우리 꼭 오자!”라고 덩달아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애들에게도 부모님께도 이렇게 조금만 신경 쓰면 할 수 있었던 일인데, 그동안 못해드린 것 같아서 너무 죄송했습니다. 남들은 해외로 휴가를 간다고 하던데, 솔직히 그런 걸 부러워 한 적도 많았지만 올해 저희들 나름대로 행복한 휴가를 보내고 왔더니 이젠 더 이상 부럽지 않습니다!

부산광역시|김연정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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