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기다렸던 꿈… 공 7개만 던졌네

입력 2009-10-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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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스포츠동아DB

7회 무사 1·3루 위기서 구원등판

1/3이닝 동안 두 타자 상대 역투

1피안타 1K…아쉬움 남긴채 교체

필라델피아, 양키스에 1-3으로 져


한국인 사상 2번째로 월드시리즈를 무대를 밟은 박찬호(36)의 데뷔전은 평범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박찬호가 30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 구원으로 등장했다. 박찬호로선 생애 첫 월드시리즈 출장. 월드시리즈 무대도 메이저리그 진출 15년 만에 처음이지만 15억달러를 들여 올해 개장한 뉴 양키스타디움 마운드 역시 처음이었다. 박찬호는 5월 23∼25일 뉴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필리스-양키스의 인터리그 때는 마운드에 오를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박찬호는 2-1로 뒤진 7회말 선발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제리 헤어스턴 주니어와 멜키 카브레라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허용한 무사 1·3루 위기에서 등판했다. 월드시리즈 첫 상대타자는 스위치히터인 대타 호르헤 포사다. 포사다는 양키스 주전포수지만 선발투수로 AJ 버넷이 등판할 때면 호세 몰리나가 마스크를 써 경기 후반에 기용된다.

박찬호는 포사다에게 볼카운트를 2-1로 유리하게 이끌었다. 그러나 좌타석의 포사다에게 바깥쪽 유인구로 볼을 뺀다는 것이 스트라이크존에 걸쳐 중전적시타를 맞았다. 실점은 마르티네스에게 돌아가지만 구원으로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셈. 안타를 허용한 볼의 구속은 144km였다.

계속된 무사 1·2루 위기서 다음 타자는 베테랑 데릭 지터. 양키스 조 지라르디 감독은 경기 후반이라 지터에게 보내기번트를 지시했다. 1구 파울에 이어 2구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흘려보낸 지터는 3구째 바깥쪽 높은 볼에 번트를 시도하다가 파울이 되면서 스리번트 삼진으로 물러났다. 지터답지 않은 번트 시도였다. 전날 3안타를 때린 지터는 이날 3개의 삼진을 당했는데 월드시리즈 출전 사상 처음 있는 불명예다.

지터의 스리번트 아웃으로 박찬호의 역할은 끝났다. 양키스는 스위치히터와 좌타자로 타선을 구성해 박찬호의 역할은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때보다는 축소됐다. 의미가 큰 박찬호의 월드시리즈 데뷔전은 이처럼 두 타자를 상대해 0.1이닝 1안타 1탈삼진에 투구수 7개(스트라이크 6)로 끝났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km였다.

1사 1·2루서 박찬호에 이어 등판한 좌완 스콧 에어는 조니 데이먼을 1루 직선타구로 잡으면서 더블플레이를 엮어 더 이상의 추가 실점을 막았다. 그러나 데이먼의 타구는 직선타구가 아닌 쇼트 바운드여서 1루주자 포사다가 2루를 밟아 세이프였으나 1루심의 오심으로 이닝이 끝나버렸다.

양키스는 6회 마쓰이 히데키의 역전 솔로홈런, 7회 포사다의 추가 타점에 힘입어 3-1로 승리해 1승1패로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당초 타격전이 예상됐지만 버넷-마르티네스의 대결은 의외의 투수전 양상이었다. 버넷은 7이닝 4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으로 올 포스트시즌 첫 승을 올린 반면 마르티네스는 6이닝 6안타 2볼넷 8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8회 등판해 2안타 1볼넷 2탈삼진으로 뒷문을 잠근 양키스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는 월드시리즈에서만 통산 13번째 2이닝 세이브를 작성했다.

월드시리즈 3∼5차전은 11월 1∼3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벌어진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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