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아! 얄궂은 운명

입력 2009-1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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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이 우승의 꿈을 이루려면 기성용이 살아나야 된다. 얄궂게도 기성용은 6강 플레이오프 첫 경기부터 고향 팀 전남과 조우한다. 스포츠동아DB

‘서울vs전남’ ‘성남vs인천’ 주말 빅뱅

기성용(20·FC서울)이 고향 팀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야하는 운명에 처했다.

기성용은 21일 오후 5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전남 드래곤즈와의 ‘K리그 쏘나타 챔피언십 2009’ 6강 플레이오프 출격을 앞두고 있다.

광주 운암동에서 태어나 순천 중앙초를 거쳐 광주 금호고를 졸업한 기성용이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하게된 건 광양에서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광양 제철고 감독이 된 아버지 기영옥 씨를 따라 온 가족이 광주에서 광양으로 이사를 했고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자연스레 축구공과 친해졌다. 기 씨는 아들에게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부가 있는 순천 중앙초로 전학을 보냈다. 광양 집과 학교 거리가 멀어 합숙을 하는 유학생활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팀을 소년체전 우승으로 이끌고 최우수선수에 뽑히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기성용은 중학교 입학과 함께 다시 광양으로 돌아왔다. 광양 제철중에 진학해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잘 알려진 것처럼 5년 간 호주유학을 경험했다. 광양에서 축구에 눈을 떴고 지금의 기성용을 만든 호주유학 결심을 굳혔다. 기성용의 축구인생이 시작된 곳도 성장의 밑거름이 된 땅도 광양이다. 전남축구협회 부회장인 아버지 기영옥 씨는 전남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박항서 감독과는 같은 1957년생(77학번)으로 가끔 소주 한 잔 기울이는 막역한 사이기도 하다. 기성용은 비 시즌 때면 가장 먼저 광양 집을 찾는다. “집에서 어머니가 해 주는 밥을 먹으며 쉬는 게 체력을 유지하는 보약이다”고 늘 말한다.

그러나 이번 승부를 앞두고는 마음속에서 광양을 지웠다. 내년 스코틀랜드 셀틱 이적을 앞두고 우승컵을 품에 안아 ‘유종의 미’를 거두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작년 챔피언결정전 석패에 이어 올 시즌에는 시즌 내내 선두권에 있다가 막판에 미끄러지며 6강 PO부터 치러야하는 신세로 전락했기에 더욱 이를 악물고 있다. 기성용은 K리그 데뷔 후 전남과 홈, 원정에서 각각 2차례 만났다. 특히 올 시즌 개막전에서는 적지에서 화려한 몸놀림과 날카로운 패스와 함께 골까지 기록하며 6-1 대승을 이끌었다. 기성용은 “작년에 흘렸던 눈물을 올해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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