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 김형일 “아버지 영전에 우승 트로피를”

입력 2009-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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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때 마다 아들편 돼준 아버지
“우승메달 걸고 찾아 뵐게요” 전의


포항의 중앙 수비수 김형일(25)에게는 작은 꿈이 있습니다. 지난 달 30일 3년간 간암으로 투병하다 끝내 하늘로 떠나보낸 부친(故 김보년 씨)의 영전에 K리그 챔피언 트로피를 바치는 것이지요.

사실 보다 일찍 찾아뵈려고 했어요. 7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알 이티하드(사우디)를 꺾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을 때 우승 메달을 들고 경북 안동에 모셔진 아버지 산소에 가려고 했었죠. 그런데대표팀 유럽 원정 소집에 이어 가평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포항 선수단에 곧장 합류해야 했기 때문이었죠.

그래도 아버지가 떠난 그날 밤을 잊을 수 없습니다. 김형일은 고인의 손을 꼭 붙들고 한 가지 약속을 했죠. 포항이 아시아 정상에 올랐을 때 취재진에 밝히길 꺼리던 ‘개인적인 약속’을 이제야 공개합니다. “아들이 축구한다고 할 때, 힘들다고 포기한다고 했을 때 언제나 변함없이 아들 편을 들어주셨던 아빠, 막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죄송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우리 엄마는 제가 잘 모실 테니 걱정 말고 편히 쉬세요.”

그래서 이번 성남과의 플레이오프 경기는 더욱 특별하답니다. 늦은 만큼 우승 메달을 한 개 더 들고 찾아뵈면 하늘에서 더욱 기뻐하실 거라고 밝게 웃는 김형일의 목소리에서 강한 집념과 열망을 느낄 수 있었지요.

물론, 동료들의 유독 끈끈한 정(情)도 한 몫 합니다. 알 이티하드전을 앞두고 포항 선수들은 “형일이가 우승 메달을 아버지께 바칠 수 있게 꼭 이기자”고 결의를 다졌다죠.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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