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무전기, 파리아스도 넘었다

입력 2009-11-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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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프로축구 플레이오프 포항스틸러스 대 성남일화 경가가 29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렸다. 1-0 승리하며 챔피온 결정전에 진출한 성남 신태용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포항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몰리나 또 결승골…성남, 포항 꺾고 챔프전행
‘초보 사령탑’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비상하던 ‘파리아스 매직’을 또 한 번 낚아챘다. 성남은 2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K리그 챔피언십 포항과의 플레이오프(PO)에서 전반 44분 터진 몰리나의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 골을 끝까지 잘 지켜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K리그 최다 우승팀(7회) 성남은 통산 8번째 정상 꿈을 이어갔다. 반면 포항은 이번 시즌 ‘트레블(3관왕)’ 달성 꿈을 접는 동시에 홈경기 무패행진도 24경기에서 마감했다. 전북-성남의 챔프전은 다음 달 2일(성남)과 6일(전주) 홈앤드어웨이로 벌어진다.


○‘꿩 잡는 매’ 신태용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포항)

“우리는 올해 포항에 한 번도 안 졌다.”(성남)

이날 PO는 ‘고기를 많이 먹어 본’ 포항과 ‘최근에 진 적이 없는’ 성남의 대결이었다. 포항은 07년 K리그 우승, 08년 FA컵 우승, 올해 컵 대회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관왕을 들며 “우승도 많이 해 본 팀이 한다”고 챔프전 진출을 자신했다. 반면, 성남은 올해 포항을 상대로 K리그(1승1무), FA컵 1승을 근거로 “포항만 만나면 자신감이 넘친다”고 받아쳤다. 승리의 여신은 성남의 손을 들어 줬다. 성남은 이날 승리로 올 시즌 포항에 3승1무로 압도적인 우위를 지켰다. 이날도 벤치가 아닌 본부석에서 무전기로 작전을 내린 신태용 감독은 부임 후 포항만 만나면 승리를 챙기며 ‘꿩 잡는 매’로 화려하게 등극했다.


○특급용병 몰리나

성남 승리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언제나 특급용병 몰리나(29)가 있었다. 25일 전남과의 준PO 때도 결승골을 넣었던 몰리나는 이날 전반 44분 프리킥을 왼발로 강하게 감아 차 그물을 흔들었다. 성남은 전반에 중원 싸움에서 뒤지며 거의 하프게임에 가까울 정도로 밀렸지만 몰리나의 골로 기사회생한 뒤 후반에는 수비수 장학영이 퇴장당하는 위기 속에서도 상대 화력을 끝까지 버텨냈다. 전반 3∼4차례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포항은 후반 들어 황진성-유창현-송창호를 차례로 투입하고 수적 우위까지 앞세워 동점골을 뽑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러나 조급해진 탓에 예의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 채 후반에만 무려 17개의 슛을 난사한 끝에 땅을 쳤다. 특히 파리아스 감독은 이번 PO에 대비해 세트피스 훈련을 집중 실시했지만 이날 10개의 프리킥, 15개의 코너킥 찬스를 모두 날리고 결승골마저 세트피스로 내주며 자존심에 금이 갔다. 경기 후 파리아스 감독은 “새로운 매직이 탄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매직은 감독이 아닌 선수들의 몫이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준 게 승인이다”며 공을 돌렸다. 파리아스 매직이 한국축구를 강타한 지 꼭 2년 만에 바야흐로 ‘신태용 매직’의 시대다.

포항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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