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간판은 무슨 난 이젠 용인사람”

입력 2009-12-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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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스포츠동아DB

“삼성 간판은 무슨…. 이젠 간판도 다 내렸어요.”

삼성 양준혁(40·사진)은 “이젠 용인 사람이 다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용인 골목골목 모르는 길이 없을 정도가 됐단다. 시즌 종료 직후인 10월 초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 들어가 두 달이 훌쩍 넘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훈련 스케줄. 그러나 이젠 이곳에서 훈련하지 않으면 허전하다고 했다.

“집에 가봤자 혼자 밥하고 빨래해야 하는데 여기 있으면 밥도 주지, 빨래도 해주지, 재워주지…. 여기가 천국이죠.”

지인의 결혼식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외출하는 것을 빼고는 대부분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 그는 11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내년 1월 팀훈련 소집 때까지 연말연시도 잊고 이곳에서 훈련할 계획이다. 가슴에는 ‘부활’이라는 두 글자만이 선명하다.

그는 7월말 뜻하지 않은 종아리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했다. 0.329(249타수 82안타)의 타율을 찍었지만 규정타석 미달. 무엇보다 1993년 프로 데뷔 때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오던 ‘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의 기록이 중단됐다.

그는 “조금만 부진해도, 어디를 다쳐도 나이 얘기를 하니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프로는 실력과 성적으로 말하는데 결국 그런 얘기를 듣는 것도 다 내 탓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삼성 간판스타가 너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자 그는 “간판은 무슨…. 이젠 간판 다 내렸다”며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내년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꾸준한 재활훈련 끝에 이젠 러닝훈련을 해도 문제가 없다. 평소 ‘선구안은 무릎에서 시작되고, 타격은 하체로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그는 전지훈련 출발 전까지 하체 강화에 매진할 계획이다. 세월과, 그리고 편견과 싸워 이기겠다는 ‘불혹의 청춘’ 양준혁의 달음박질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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