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트레이드는 전력 보강…‘돈 벌이’가 아니다

입력 2009-12-1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단장의 역할이 매우 작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SK가 올해는 에이스 김광현 등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위 KIA와 접전을 벌이며 선전했던 공로는 김성근 감독의 몫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전력을 보강해 해마다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일군 공로는 프런트의 몫이다. 특히 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민경삼 운영본부장의 전문성과 판단력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미국식으로 평가할 경우 민 본부장은 3년 연속 최고의 단장이다. 직책은 비록 본부장이었지만 선수단 운영을 책임지는 사실상의 단장 역할을 수행했다.

올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2연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데 최고의 수훈갑을 꼽으라면 루벤 아마로 주니어 단장이다. 이 부분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찰리 매뉴얼 감독의 공도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아마로 주니어 단장의 현명하고 과감한 결정이 아니었다면 필리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은 어림도 없었다.

2008년 월드시리즈 MVP였던 필리스의 콜 해멀스는 올해 부상이 없는데도 무너졌다. 초반부터 줄곧 부진했다. 개막 엔트리 선발진 가운데 끝까지 완주한 투수는 해멀스와 조 블랜턴 2명이다. 브렛 마이어스 부상, 박찬호 선발 부적격, 제이미 모이어 부상 등으로 모두 중도 탈락했다. 5명 가운데 3명이 선발진에서 중도하차하면 시즌은 사실상 끝난 셈이다. 그러나 아마로 주니어 단장은 루키 JA 햅을 선발로 대체했고, 7월 15일 베테랑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계약하고, 7월 31일 클리블랜드에서 좌완 클리프 리를 트레이드로 영입해 선발 공백을 메웠다. 리의 트레이드 때는 유망주도 내주지 않아 천재적인 수완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애 첫 플레이오프 마운드를 밟은 리는 5경기에 선발등판해 4승무패, 방어율 1.56으로 팀의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에 일등공신이다.

월드시리즈가 끝난지 정확히 1개월 보름 만에 아마로 주니어 단장은 리를 시애틀로 보내고 우완 로이 할러데이를 받는 3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에이스이며 사이영상 수상자들이 포함된 초대형 트레이드다. 굳이 리를 트레이드할 필요가 없어 보였는데 필리스 단장은 우완 할레데이를 택했다. 구위는 할러데이가 한 수 위다. 필리스에는 좌완 해멀스와 햅이 있어 우완 에이스가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의 예상을 깬 이번 트레이드로 아마로 주니어 단장의 공격적 경영이 새삼 돋보였다.

아마로 주니어의 공격적 트레이드에 겹쳐서 국내 프로야구 히어로즈의 소식이 눈에 띄었다. 이장석 대표가 가입금을 완납하면 합리적인 트레이드로 팀을 새롭게 구성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서 합리적인 트레이드란 결국 현금트레이드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해볼 수 있다.

LA|문상열



뉴스스탠드